[월드컵 줌인] '296조 오일머니'도 안 통했다…카타르, '불명예' 주렁주렁


에콰도르·세네갈·네덜란드에 패배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개최국 '승점 0점'
개막전 패배 최초…각종 불명예 타이틀 얻어

카타르 대표팀 선수들이 30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2로 패배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알코르(카타르)=신화.뉴시스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막대한 오일머니를 투입하고, 귀화 선수들을 투입해 6개월 합숙훈련으로 전력 강화에 힘썼지만 남은 건 '불명예'뿐이었다. 세계축구의 벽은 너무 높았다. 사상 처음 중동에서 겨울 대회를 개최한 카타르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기록하면서 씁쓸히 퇴장했다. 월드컵 역사상 개최국이 승점 0점을 기록한 것은 최초다.

카타르는 30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A조 3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2로 완패했다. 코디 각포(23·PSV)와 프랭키 더 용(25·FC바르셀로나)에 골을 내주면서 오렌지 군단에 무릎을 꿇었다.

개최국 전패 탈락은 92년 월드컵 역사상 카타르가 처음이다. 단 한 번도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했던 카타르는 개최국 자격으로 첫 본선 무대를 밟았다. 네덜란드와 세네갈, 에콰도르 등 비교적 해볼 만한 상대들과 A조에 편성됐지만, 국제무대는 냉혹했다.

카타르는 지난 21일 개막전에서 에콰도르에 0-2로 완패해 첫 불명예를 안았다. 월드컵 역사상 개최국이 첫 경기에서 진 것은 처음이었다. 첫 경기에서 개최국이 득점에 실패한 것도 멕시코가 소련과 0-0으로 비긴 1970년 대회 이후 52년 만이었다.

조별리그 2차전도 망신의 연속이었다. 카타르는 지난 25일 열린 세네갈과 A조 2차전에서 1-3으로 졌다. 개막 후 2연패를 달성해 본선 진출 32개국 중 최초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개최국이 됐다. 남아공은 2010년 1승1무1패를 기록했던 터라 카타르의 성적은 더욱 초라하다. 다만 모하메드 문타리(29·알두하일SC)가 세네갈의 골망을 흔들며 카타르에 월드컵 사상 첫 골을 선사한 점은 위안거리다.

3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도 완패하면서 카타르는 승점을 단 1점도 챙기지 못한 개최국이 됐다. 개최국이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한 것 역시 카타르가 최초다. 카타르는 각종 수치스러운 타이틀을 떠안으면서 냉혹한 현실에 좌절했다.

30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A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개최국 카타르가 0-2로 패배한 후 카타르 관중이 얼굴을 감싸고 있다. /알코르(카타르)=신화.뉴시스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했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카타르는 이번 대회에 2200억 달러(296조원)보다 많이 지출했다. 이전 8번의 월드컵 대회에 사용된 비용을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라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경기장, 공항, 호텔 등을 새로 짓는 등 막대한 오일머니를 투자했다.

전력 강화에도 힘썼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카타르는 외국 선수 귀화에 공을 들였다.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26명 중 10명이 귀화 선수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돌풍도 일으켰다. 대회 6개월 전부터는 합숙 훈련도 하면서 단단히 실력을 다졌으나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카타르의 펠릭스 산체스(47·스페인) 감독은 네덜란드전 이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16강, 8강 진출을 목표로 삼은 적 없다. 단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펼칠지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각종 개최국 불명예 기록에는 "기록은 기록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카타르에서 열리는 다음 2023 아시안컵 대회를 곧바로 준비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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