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NOW] 카타르 가나 노동자들 "표는 못 사지만 응원은 공짜"


월드컵 위해 노예처럼 일한 이주노동자들
경기장 밖에서 소리로 경기상황 가늠

카타르가 월드컵을 위해 이주노동자를 동원해 노동을 착취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8일 한국과 맞붙는 가나 출신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 더가디언 갈무리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여기서 고생했으니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카타르 현지에 거주하는 가나 노동자들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5일(한국시간) 조별리그 H조 1차전 가나-포르투갈 경기가 열리는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 인근에는 수많은 가나 노동자들이 모였다.

표를 살 수 없었던 이들은 경기장 안에서 얼핏 들려 오는 소리로 진행 상황을 가늠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가나 출신 노동자 필립은 "표를 사려면 카드가 필요한데 저는 카드가 없다. 어떻게 표를 구하느냐"며 저임금 노동자의 딜레마를 토로했다. 하지만 이내 "행복하다. 이런 곳에 있을 기회도 흔치 않다"라고 웃어 보였다.

필립은 "그들(카타르 사용자들)은 우리를 노예처럼 대한다. 매우 끔찍하고 끔찍하다"라며 카타르 사용자들이 이주 노동자의 빈곤을 착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하는 일은 '헬퍼'(helper)로 모든 일을 닥치는 대로 한다. 그렇게 일해서 한 달에 버는 돈은 225파운드(한화 약 36만 원)다.

필립이 경기장 인근에 도착했을 때 한 팬은 "우리는 여기서 고생했으니 즐길 수 있다"라고 나직이 속삭였다고 한다.

가나 선수들이 25일 포르투갈과의 경기를 마친 후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도하(카타르)=AP.뉴시스

또 다른 가나인 노동자 무스타파(가명)는 표는 없지만 좋아하는 선수들과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고 싶어서 경기장을 찾았다.

가족이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have nothing) 카타르에 온 그의 시련은 공항에 입국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가 카타르 일터에 채용되지 않은 것이다. 가나의 채용 에이전트와 카타르 사용자 사이 소통 문제로 보인다. 관련 비용은 에이전트에게 다 지급한 상태였다.

그는 고된 건설 일을 하며 숨어 살고 있다. 경기장에 오면서도 순찰 인력을 마주할까 두려워했다. 그래도 그는 "우리 팀이 월드컵에 참가해 행복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카타르는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많은 이주 노동자를 동원했다. 하지만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고, 수십 명의 노동자가 숨지거나 상처를 입었다. 공식 집계는 '업무 외 사망' 37명, '사고로 인한 사망' 3명에 불과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정확한 통계를 의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필립, 무스타파와 같은 이주 노동자들은 월드컵 경기를 위해 7개의 경기장을 건설하거나 개조했지만 대부분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필립과 무스타파의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나와 한국은 이날 오후 10시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의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한국은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며 우루과이와 공동 2위에 자리한 상태다. 가나는 포르투갈에 2-3으로 패해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다.

ilraoh@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