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NOW] '반정부 시위 지지' 이란 대표팀…"귀국 후 사형?" 영국 매체 보도


이란 선수들, 국제사회 관심 촉구

이란 축구 대표팀은 25일 웨일스와의 경기에선 입술을 작게 움직이며 국가를 제창했으나 영국 일간기 가디언은 “선수들이 단체로 애국가를 부르기로 한 것은 분명했지만, 불편한 모습은 웨일스 선수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기세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도하(카타르)=AP.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사망자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우리가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 지지한다는 것, 그리고 공감한다는 것을 알아달라."

이란 축구 대표팀의 입장은 확고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한다는 것이다. 잉글랜드전에 이어 웨일스전에서도 선수들이 국가를 제대로 제창하지 않은 이유다.

영국 매체 '더 선'은 25일(현지시각) "이란 선수들이 고국에 돌아가면 반정부 행위자로 분류돼 징역 등 각종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심할 경우 처형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선수들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과 2차전을 앞두고 국가를 제대로 따라부르지 않아 '반정부 행위자'로 비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더 선은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영광을 가져다주든 정권의 피에 젖은 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최소 6명의 스포츠 스타가 처형됐다"고 전했다.

이란 축구 대표팀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 경기를 앞두고 국가가 울려 퍼지자 입을 굳게 다문 채 침묵을 유지했다. 일종의 '반정부 시위'였다. 지난 25일 웨일스와의 경기에선 입술을 작게 움직이며 국가를 제창했으나 영국 가디언 등은 당국의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은 "선수들이 단체로 애국가를 부르기로 한 것은 분명했지만, 불편한 모습은 웨일스 선수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기세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웨일스와 경기에 앞서 이란 국가가 흘러나오자 중계 카메라에는 눈물을 흘리는 이란 관객의 모습이 포착됐다. /도하(카타르)=AP.뉴시스

이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석 달째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뒤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시위 과정에서 460명 넘게 숨졌고, 1160여명이 다쳤다고 추정했다.

이란 대표팀 주장 에산 하지사피(32·AEK 아텐스)는 지난 21일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정치적 혼란 상황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조국의 상황을, 그리고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르다르 아즈문(27·레버쿠젠)도 이란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선수단은 '소신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았지만 귀국 후 처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 선은 "이란 대표팀은 잉글랜드전을 앞두고 국가를 거부한 것에 대해 감옥이나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면서 "이란 관료들은 선수들에게 은밀한 처벌 위협을 가했다"고 전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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