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1도움-케인 결승골 '원동력', 토트넘 콘테의 전술 변화!


9일 토트넘 콘테 감독, 전술 변화로 EPL 10라운드 브라이튼전 1-0 승리
손흥민 1도움 최고 활약...프리킥 키커로도 나서

토트넘 손흥민(오른쪽)과 해리 케인이 9일 브라이튼과 EPL 10라운드 원정에서 1-0 결승골을 합작한 뒤 눈을 맞추며 기뻐하고 있다./브라이튼=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고집을 버리니 모두가 승자였다. 감독의 전술 변화가 잠자던 '손케 듀오'의 합작골을 끌어냈다. '슈퍼 소니' 손흥민(30)은 다시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이며 1도움을 기록했고, '소울 파트너' 해리 케인은 손흥민의 도움을 받아 결승골을 넣으며 토트넘의 승리를 이끌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수 손흥민은 9일 오전(한국시각) 영국 브라이튼 앤 호브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2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 원정 10라운드에서 해리 케인과 3-5-2전형의 투톱으로 나서 전반 22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들며 절묘한 크로스를 올려 해리 케인의 헤더 결승골을 끌어냈다.

케인의 이날 결승골은 콘테 감독의 전술 변화 직후 손흥민과 '텔레파시'로 이뤄진 합작골이어서 더 빛을 발했다. 손흥민의 오른쪽 코너킥이 문전에서 브라이튼의 수비로 흘러나오자 이 볼을 호이비에르가 다시 손흥민에게 밀어주고, 손흥민이 가볍게 수비수 한 명을 제치면서 박스 오른쪽에서 왼발로 낮고 빠르게 크로스를 올리자 해리 케인이 뛰어들며 머리로 방향을 바꿔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정확한 킥과 반사적으로 반응한 케인의 교감이 빚어낸 '합작골'로 나머지 선수들은 병풍처럼 이 둘의 콤비 플레이를 지켜만 봤다.

브라이튼 수비수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 손흥민./브라이튼=AP.뉴시스

활동 반경이 좀 더 자유로워진 손흥민과 케인은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다 합작골 기록을 43호로 늘렸으며 손흥민은 1도움을 추가, 시즌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사우샘프턴과 1라운드(토트넘 4-1 승) 이후 약 2달 만에 어시스트를 추가했다. 손흥민은 후반 34분까지 79분을 소화한 뒤 이반 페리시키와 교체됐지만 이날 경기의 최고 평점을 받았다.

이날 경기 후 유럽 스포츠통계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 가운데 최고인 평점 7.85점을 부여했다. 결승골을 기록한 케인은 7.10점을 받았다. 풋몹 역시 손흥민에게 최고 평점인 8.1점, 케인에게 7.8점을 매겼다. 소파스코어는 7.7점을 손흥민에게 줬고 케인은 7.3점이었다. 기록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아닌 팬들의 투표로 뽑는 EPL 사무국의 맨오브더매치(MOM)는 해리 케인이 차지했다.

손흥민의 브라이튼전 활약은 토트넘의 향후 전술 운영과 맞물려 눈길을 끌었다. 우선 코너킥이 아니라 프리킥에서도 손흥민이 토트넘의 전담 키커로 나선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안 토트넘에선 코너킥은 손흥민, 프리킥은 해리 케인과 에릭 다이어가 주로 맡았으나 최근 손흥민의 킥이 절정에 달하면서 토트넘 팬들 사이에 전담 키커를 손흥민으로 바꿔야한다는 여론이 고조됐었다.

전술 변화로 브라이튼전 승리를 이끈 토트넘 콘테 감독./브라이튼=AP.뉴시스

전반 3분. 드디어 변화가 일어났다. 토트넘이 브라이튼 페널티 박스 왼쪽 외각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자 손흥민이 볼을 잡았다. 오른발 키커에게 유리한 자리였지만 기존에 킥을 맡던 케인과 다이어는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손흥민이 토트넘의 프리킥 키커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팬들의 기대에 걸맞게 강한 오른발 슛으로 왼쪽 골문을 노리는 유효슛으로 브라이튼을 위협했다. 손흥민이 찬 볼은 브라이튼 수비벽을 넘어 골문 왼쪽을 뚫은 듯했으나 몸을 날린 브라이튼 골키퍼 산체스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양발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손흥민은 올해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 프리킥으로만 3골을 넣는 모습을 보이며 오는 11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벤투호의 주 득점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6월에 열린 A매치 칠레전, 파라과이전에 이어 9월 A매치 코스타리카전에서도 페널티박스 근방의 프리킥 슛으로 득점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A매치에서 프리킥으로 4골을 넣었다. 이는 하석주와 함께 한국 축구 역사상 A매치 프리킥 최다골 공동 1위 기록이다.

손흥민의 이 같은 활약은 토트넘 팬들에게도 알려져 토트넘의 키커를 손흥민으로 바꿔야한다는 여론이 고조됐으며 결국 콘테 감독도 "우리에겐 3명의 키커가 있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브라이튼전에서 손흥민에게 처음 프리킥을 맡기는 변화를 선택했다.

최근 한국대표팀의 A매치의 3차례 프리킥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의 슈팅 장면. /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콘테의 전술 변화는 손흥민을 케인과 함께 투톱으로 올리고 그동안 손흥민의 활동 반경을 좁히게 한다는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를 아예 선발에서 제외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올시즌 콘테 감독은 EPL 7경기 연속 무패(5승2무),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마르세유(프랑스)를 2-0 완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탔지만 챔피언스리그 2차전에서 스포르팅CP(원정)에 0-2로 지면서 전술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 시작했다.

콘테 감독은 EPL 레스터 시티전에서 손흥민을 처음 스타팅에서 제외하는 충격요법으로 해트트릭을 끌어내며 6-2 대승을 거뒀지만, 9월 A매치 기간 이후 치른 2경기에서는 침체를 면치 못 했다. 무엇보다 선두 아스널과의 북런던더비에서 무려 3골을 내주고 PK로 1골 넣는데 그친 충격이 컸다. 챔스 3차전에서는 무기력한 공격 속에 프랑크푸르트와 0-0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콘테 감독은 지난 시즌 아시안 최초 EPL 득점왕인 손흥민의 초반 골가뭄이 이반 페리시치의 지나친 공격으로 인한 것이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3-4-2-1 전형의 양 윙백 축구를 활용하면서 막강한 케인과 손흥민, 쿨루셉스키, 히샬리송의 공격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아스널전 완패를 기록했고 부진에 빠졌다는 것이다. 영국 현지언론들은 "손흥민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파해야 가치가 높아진다. 그런데 콘테 감독이 하프 라인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주문하다 보니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것인지 콘테 감독은 브라이튼전에서 또 한 번 변화를 택했다. 페리시치를 선발에서 제외한 3-5-2 포메이션 카드를 꺼냈다. 케인과 손흥민을 투톱에, 세세뇽~벤탄쿠르~호이비에르~비수마~도허티로 미드필드진을 구성했다. 스리백에는 데이비스~다이어~로메로, 골키퍼로는 요리스를 내세웠다. 벤치에서 히샬리송, 힐, 스킵, 페리시치, 랑글레, 산체스 등이 대기했다.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인지, 손흥민은 이날 최고의 활약을 보였다. 비록 오프사이드로 판명났지만 후반 29분 다이어의 긴 패스를 받아 돌파 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손흥민-케인 듀오의 활약을 앞세운 토트넘은 지난 1일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 패배(1-3)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승점 20(6승 2무 1패)으로 리그 3위를 유지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아스널과는 승점 1점차다. 토트넘은 아스널전, 프랑크푸르트(독일)와 2022-20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 3차전(0-0 무) 이후 3경기 만에 승리를 기록하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변화된 토트넘의 전술이 향후 어떻게 사용되고, 또 어떤 결과를 빚을지 주목된다. 토트넘은 오는 13일 오전 4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와 UEFA 챔피언스리그 D조 홈 4차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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