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시간의 흐름은 누구라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인가. 한때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로 이름을 날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통의 '맨체스터 더비'에서 굴욕을 겪었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것도 모자라 교체로도 출전하지 못한 채 골문을 유린하는 '22살의 동갑내기 신성' 엘링 홀란과 필 포든(이상 맨체스터 시티)의 더블 해트트릭을 지켜보는 것으로 경기를 끝냈다.
맨유의 포르투갈 출신 공격수 호날두는 2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2022~202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벤치만 지키다 팀이 3-6으로 대패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으로 187번째 '맨체스터 더비'를 마감했다. 지난 시즌 화려하게 맨유에 복귀했지만 이기적 플레이로 선수단 조직력에 문제를 일으켰던 호날두는 올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리다 마침내 팀이 최악의 참사를 겪은 가운데서도 부름을 받지 못 하는 신세가 됐다.
축구선수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로 명예로운 상인 발롱도르를 5회나 수상한 호날두는 올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전반에만 4실점 하는 대참사에도 불구하고 끝내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 체제로 재편된 맨유의 팀 내 주전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호날두는 그동안 후반 조커로 투입되긴 했지만 팀이 가장 어려운 순간에도 부름을 받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 후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영국 매체 '맨체스터 이브닝뉴스'와 인터뷰에서 "호날두 커리어를 존경하기 때문에 내보내지 않았다"며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났기 때문에 굳이 호날두를 넣어 비판을 받게 하고싶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텐 하흐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의 태도를 바꾸려고 했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 최근 경기에서 강한 믿음, 확신, 좋은 태도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다음 경기를 해야하고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시티를 완벽하게 제압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못 한게 아니라, 우리가 더 잘했다. 후반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 좋았다"라고 말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지난 3월 4-1 대승에 이어 올 맨체스터 더비에서 2연승을 거둔 것을 포함해 최근 5차례 더비를 4승1패로 장식하는 놀라운 지도력을 발휘했다.맨시티는 이날 경기까지 187차례 맨체스터 더비에서 57승 53무 77패, 257득점 266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맨시티의 가공할 득점력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맨유는 개막 2연패의 난조를 딛고 리그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텐 하흐 감독의 말처럼 손을 써 볼 틈도 없이 전반에만 4골을 허용하는 참사로 완패했다. 맨시티의 신성 홀란과 포든은 맨유의 골문을 무자비하게 공략하며 더블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홀란드는 올시즌 홈 3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놀라운 득점력으로 개인 득점 1위를 질주했다.
텐 하흐 감독은 전반 40분 빅토르 린델뢰프를 투입했고, 후반엔 루크 쇼와 카세미루, 앙토니 마르시알, 프레드를 차례로 투입하고 공격수로는 유일하게 마르시알은 투이하며 2골을 만회했지만 홀란드와 포든의 해트트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8월 리버풀과의 홈경기에서 2-1로 앞서던 후반 41분 그라운드를 밟으며 굴욕을 당한 호날두는 아예 1분도 뛰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며 홀란드와 포든의 여섯 차례 골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세계축구계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듯 홀란드는 호날두가 벤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EPL 역사상 최초의 홈 3경기 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홀란드는 지난 8월 27일 크리스탈 팰리스전과 8월 31일 노팅엄 포레스트전(이상 홈경기)에서 연달아 해트트릭을 작성한 데 이어 이날 새역사를 만들었다. 홀란드는 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포함 8경기 연속골을 넣는 폭풍 골 행진을 이어갔다. 리그 12~14호 골을 연달아 기록한 홀란드는 개인 득점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