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사랑하지 않을 감독이 어디 있겠는가. 대체 멤버로 데려온 수비수가 공백을 훌륭히 메울 뿐만 아니라 골까지 넣고 있으니 감독 처지에선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상황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에 진출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25·나폴리)가 연일 화제다. 김민재의 공수 활약에 힘입어 팀순위 맨 상단에 이름을 올린 나폴리의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 또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 출신 나폴리 센터백 김민재는 4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강호 라치오와 2022~23 세리에A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중앙 수비수로 풀타임 출장한 가운데 0-1로 뒤지던 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뒤 높은 타점의 헤더로 동점골을 터뜨리며 2-1 승리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전반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준 나폴리는 전반 38분 김민재의 헤더 동점골로 균형을 맞춘 뒤 후반 16분 크비차 크바라치헬리아의 역전 결승골로 '대어'를 낚았다.
이로써 김민재는 지난 22일 세리에A 2라운드 몬차와 홈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나폴리의 4-0 대승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로 이탈리아 무대 데뷔골을 터뜨린 데 이어 2경기 만에 다시 추가골을 넣으며 나폴리의 단독 선두에 힘을 보탰다. 김민재의 시즌 2호골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공격수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아직 마수걸이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록한 것이어서 더 눈에 띄고 있다.
개막 2연승 뒤 3, 4라운드를 모두 비겼던 나폴리는 3경기 만에 승리를 춛가하며 3승 2무(승점 11)로 인터 밀란에 3-2로 이긴 AC 밀란에 골득실에서 3골 앞서 선두로 도약했다. 나폴리는 아직 5라운드를 치르지 않은 아탈란타와 AS 로마(3승 1무, 승점 10)에 다시 선두를 내줄 가능성이 있지만 주중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주말 리그 일정에서 승리를 거둬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키 190cm의 김민재의 제공권이 갈수록 빛을 발하는 경기였다. 김민재는 0-1로 뒤지던 전반 38분 피오트르 지엘린스키가 왼쪽 코너킥을 문전에서 솟구쳐오르면 정확하게 헤더로 연결, 골문을 뚫었다. 라치오 골키퍼 이반 프로베델이 급하게 김민재의 헤더슛을 걷어냈지만 심판 손목에 채워져있는 골라인 판독 알람이 울리며 동점골로 인정됐다. 김민재의 1호골 역시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기록한 골이었다.
유럽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김민재가 슈팅 1회, 유효슈팅 1회, 패스 성공률 85.2%, 공중볼 경합 승리 3회, 볼터치 118회를 기록한 것으로 보도했다. 김민재는 이날 팀 내에서 가장 많이 볼을 터치했다. 공중볼 경합 승리 3회도 팀내 1위다. 제공권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경기 후 스팔레티 감독은 맹활약한 김민재를 언급하며 "나는 김민재와 크바라트스켈리아가 나폴리 축구 방식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바로 적응했다. 김민재는 라커룸 입단 인사 시간 때 강남스타일을 불렀는데, 그가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다음 훈련날 김민재는 이탈리아어로 '가, 멈춰, 뛰어, 가'라고 혼잣말한 것을 기억한다. 몇 번이고 그랬다"며 빠른 적응력을 칭찬했다. 김민재와 크바라트스켈리아는 2022년 나폴리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재는 EPL 첼시로 이적한 대형 수비수 쿨리발리의 대체 선수로 영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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