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참사' 벤투의 '이상한' 해명...한일전 참패 인터뷰 '논란'


27일 EAFF E-1 챔피언십 한일전 0-3 패배 후 "한일전 패배는 선수 실수 탓"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서 0-3으로 참패한 뒤 아쉬움을 보이고 있다./아이치=KFA 제공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선수만 잘못했나. 감독 실수는 없었나.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파울로 벤투 감독이 숙명의 한일전에서 3골 차 영패를 당한 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 후폭풍을 낳고 있다. 패배의 원인을 선수들의 실수 탓으로 돌리고 한일전이 지닌 의미를 외면하며 한국과 아시아의 축구 문화를 훈계하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27일 오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후반에만 내리 3골을 허용하며 0-3으로 참패한 뒤 이어진 인터뷰에서 패인으로 자신의 전략적 판단 미스 대신 선수들의 잦은 실수를 언급하는가 하면 한일전 패배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과 아시아의 서로를 비교하는 축구 문화는 올바르지 않다는 소신을 밝혔다.

한국의 벤투 감독이 27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시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22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 최종 3차전에서 일본에 또 다시 0-3으로 패한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아이치=KFA 제공

벤투 감독은 "우리도 최선을 다했으나 실수가 잦았다. 이런 경기에서 실수가 잦으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일본이 잘했다. 일본의 플레이가 놀랍지 않았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우리의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일본의 플레이에 놀라운 것은 없었다. 우리가 예상했던 플레이였다. 우리는 수비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수비에서 많은 실수를 범했다. 공격 상황에서도 실수가 잦았다."라면서 "공간을 찾으려 했으나 일본이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 부분을 활용하려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초반부터 수비적으로 밀렸다"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해명은 일본의 전력을 분석해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전술과 전략을 수립했으나 선수들이 이를 잘 이행하지 못 해 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선수 선발과 기용, 전술 전략은 모두 감독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다소 무책임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 개인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공수 밸런스를 갖춘 팀 플레이 위주 선수를 발탁하며 빌드업을 바탕으로한 조직력을 내세웠으나 수비 조직력과 공수 연결, 배후 공략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 중앙 수비수 박지수가 일본 선수들의 전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은 일본의 전방 압박에 공수 연결이 무너지며 참패를 당했다./아이치=KFA 제공

일본전에서도 센터백 권경원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올리고, 발빠른 나상호와 엄원상을 좌우 윙포워드에 배치하며 수비 후 역습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일본의 강한 전방 압박과 미드필드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협력 플레이로 한국의 공격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전반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하는 전략과 전술의 참패로 이어졌다.

중국전에서 로테이션 멤버로 23차례의 슛으로 0-0을 기록해 경질 위기로까지 몰렸던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정확힌 후방 빌드업의 공략 포인트로 강한 전방 압박을 들고 나와 벤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실제로 센터백 박지수 등이 볼을 잡을 때 일본 선수 3~4명이 압박에 참가했으며 생소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센터백 권경원은 전반 결정적 실수로 실점 위기를 내주기도 했다.

점유율을 높이는 빌드업 축구는 상대의 전방 압박에 취약한 특성을 지녀 선수들 간의 호흡과 탈압박 능력이 뛰어나야 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일본의 적극적 대시에 오히려 주춤거리다 볼을 뺏겨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최근 일본 축구가 달라진 점은 선수들의 투지를 높여 압박을 매우 강하게 한다는 점이다. 역대 한일전에서 한국이 주특기로 사용한 투지와 압박이 이제는 역전된 모양새다. 황선홍호가 23세 이하 한일전에서 0-3으로 질 때도 이 같은 역전된 압박 문제는 역력히 노출된 바 있다.

일본 기자가 "3년 동안 한국과 일본의 축구 성장"을 묻자 "아시아에서 축구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비교는 올바르지 않다. 다른 팀과 비교를 하는 건 좋은 게 아니다. 아시아에서 비교만 한다는 건 위험하다. 환경, 상황, 훈련 방식, 리그가 다르다. 경쟁 방식도 마찬가지다. 한일 두 나라를 단순히 비교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쟁'에 곧잘 비유되는 국가적 대항전 축구의 특성을 전혀 고려치 않은 데다 역대 한일전의 의미를 애써 외면하거나 축소하려는 발언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면피성 발언'으로 분석됐다.

벤투 감독은 또 한일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선수들을 평가할 때, 팀으로 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벤투 감독으로선 스페셜리스트 이승우 등을 대표팀에서 제외한 데 따른 비난을 의식해 자신의 대표팀 운영 철학을 강조했으나 결국 한일전 0-3 패배에 설득력을 잃었다. 감독이란 자리는 결국 성적으로 입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요코하마 참사'에 이어 연속 0-3 완패를 사령탑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철학으로는 빈약해 보일 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은 자국의 프로축구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꾸렸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도 없다. 이날 패배로 한국은 대회 4연패 도전에 실패했다. 한국은 81번째 한일전서 패하며 일본과 역대전적서는 42승 23무 16패가 됐다. A 대표팀 전적서도 최악의 결과였다. 한일전에서 한국이 3골차 이상으로 패한 건 1974년 9월 도쿄에서 열린 정기전(1-4 패), 2011년 8월 삿포로에서 열린 평가전(0-3 패), 2021년 요코하마 평가전(0-3 패) 이후 네 번째다.

일본 하지메 모리야스 감독은 오히려 경기 후 "J리그의 가치를 높였다"라며 자국 선수들에게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라이벌'을 대파했다고 좋아하기엔 한국의 전력이 상상 이상으로 약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축구전문매체 사커다이제스트는 "한국전 승리에 만족하지 못한다. 한국은 너무 약했다. 이들이 얄미울 정도로 강했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서운하기도 하다"고 승리를 즐겼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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