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찌른 2도움' 토트넘 손흥민, 맨시티 勝 주역...'손-케 최다골'은 '덤'


20일 EPL 26라운드 맨시티전 2도움, 3-2 승리 견인...해리 케인과 EPL 합작골 최다 기록

EPL 최다 합작골!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20일 EPL 26라운드 맨시티와 원정경기에서 해리 케인과 리그 36번째 합작골을 기록한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맨체스터시티=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이번에는 어시스트였다. 골이 도움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토트넘은 승자가 됐고, 맨시티는 또 당했다. 알고도 허를 찔렸다.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토록 '슈퍼 소니' 손흥민(30)을 경계했지만 욕심 내지 않고 도우미로 나선 플레이에 허를 찔려 결국 '펠레 스코어'로 패배, 또 다시 아픔을 곱씹었다. 손흥민은 1위 맨시티를 상대로 해리 케인과 리그 최다 합작골 기록까지 세우며 존재감을 뽐냈다.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20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 2021~20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원정 26라운드에서 3-4-2-1전형의 왼쪽 윙어로 선발 출장, 2도움을 기록하며 짜릿한 3-2승리를 이끌었다. "알고도 당했다"며 번번이 손흥민에게 골을 허용한 것을 아쉬워하던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번에도 손흥민을 막지 못 해 1위를 달리면서도 홈팬들 앞에서 쓰디 쓴 패배를 맛봤다.

손흥민은 맨시티전에서 상대 수비의 집중 마크를 피해 도우미로 변신, 2도움으로 3-2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맨시티=AP.뉴시스

이날 토트넘 승리의 마무리는 손흥민의 단짝 해리 케인이 했지만 승리를 엮어낸 것은 손흥민이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해리 케인의 절묘한 원 터치 전환패스를 받아 맨시티 진영을 질주,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을 만든 뒤 욕심내지 않고 반대편의 데얀 쿨루셉스키에게 볼을 내줘 선제골을 만들었다. 루카스 모우라 대신 오른쪽 윙어로 이적 후 첫 선발 출장한 쿨루셉스키는 손흥민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을 드는 식으로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논스톱 슛으로 맨시티 골문을 열어 리그 첫 골을 신고했다.

이번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은 "토트넘은 항상 우릴 애먹이던 손흥민을 보유하고 있다. 해리 케인과 루카스 모우라도 있다. 최전방 공격수 수준이 아주 높다. 미드필드에선 아주 신체적으로 강한 팀"이라고 평가하며 손흥민을 경계했지만 팀 승리를 위해 도우미로 나선 손흥민에게 또 당한 꼴이 됐다. 손흥민은 선제골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해리 케인의 골까지 어시스트, 리그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웠다.

또 다시 손흥민을 잡지 못 해 1위를 달리면서도 토트넘에 치욕의 더블을 당한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맨시티=AP.뉴시스

손흥민은 골키퍼 요리스의 실수로 동점을 허용한 뒤 1-1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14분 '텔레파시 듀오'이자 '영혼의 단짝'인 해리 케인과 팀의 두 번째 골을 합작했다. 오른쪽 역습 과정에서 케인이 중앙의 손흥민에게 공을 건넸다. 맨시티의 수비수들은 이를 예상하고 손흥민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라이언 세세뇽과 볼을 주고 받은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절묘한 크로스로 해리 케인의 골을 이끌어냈다. 손흥민의 높지도 낮지도 않은 궤적의 택배 크로스는 달려들며 발을 갖다 댄 해리 케인의 골로 연결됐다.

손흥민과 케인의 올 시즌 두 번째 합작골이자 리그 36번째 합작골이었다. 이로써 '손-케 듀오'는 첼시 영화를 이끌던 디디에 드로그바와 프랭크 램파드가 작성한 EPL 최다골 합작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5~2016시즌부터 호흡을 맞춘 손흥민-케인은 7시즌 만에 EPL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은 원정에서 처음으로 2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EPL 역사상 처음으로 선두를 상대로 두 경기 모두 승리하는 '더블(특정 팀을 상대로 EPL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이기는 것)'을 기록했다.

결국 맨시티는 손흥민의 골을 막기 위해 신경을 쓰다가 클루셉스키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해리 케인에게 2골을 내주며 수모를 당했다. 손흥민의 영리한 플레이가 30%-70% 정도의 점유율 열세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이 짜릿한 승리를 거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손흥민은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15경기를 치러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맨시티 킬러'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리그 3연패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선두 맨시티전에 나선 토트넘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주 전형인 3-4-3포메이션 대신 최전방 공격진에 변화를 주는 3-4-2-1포메이션으로 결국 대어를 낚았다. 최전방에 해리 케인을 세우고 양 윙어에 손흥민과 쿨루셉스키를 포진시켜 기존의 손흥민-루카스 모우라 콤비 플레이에 변화를 줬으며 손흥민의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선 수비-후 역습' 전략으로 맨시키의 두 손을 들게 만들었다. 손흥민은 콘테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활약으로 토트넘 반전에 앞장섰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 무리하게 슛을 하지 않고 동료를 이용한 플레이로 2골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마침내 EPL 최다 합작골 타이기록을 세운 영혼의 단짝 손흥민(왼쪽)과 해리 케인./맨시티=AP.뉴시스

특히 이날 토트넘 승리는 첼시-사우샘프턴-울버햄튼에 연달아 패하며 기록한 리그 3연패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춤추게 했다. 후반 35분 2-1로 앞선 가운데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 아웃된 손흥민은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평점 7.9점을 받았다. 결승골을 포함해 2골을 기록한 케인은 양팀 최고인 8.7점을 받았다.

최근 EPL 3연패 부진을 끊어낸 토트넘은 12승 3무 8패(승점 39)로 울버햄튼 원더러스(11승 4무 8패, 승점 37)를 다시 끌어내리고 7위로 올라섰다.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12승 7무 6패, 승점 43)와 승점차는 아직 6이지만 토트넘이 맨유보다 2경기를 덜 치른 점을 고려하면 올시즌 목표인 '빅4' 진입을 계속 노려볼 수 있다. 맨시티는 지난해 12월 8일 RB 라이프치히와 2021~2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1-2로 진 이후 54일 만에 공식 경기 패배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영국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EPL 최다 합작골 공동 1위에 오른 케인에 대해 "그는 그동안 많은 골들을 넣었다. 올 시즌 초반 케인이 득점하지 못할 때 개인적으로 슬펐다. 하지만 그는 열심히 노력했다. 케인은 믿을 수 없는 선수이자 믿을 수 없는 남자다. 함께 경기하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다"고 찬사를 보냈다.

토트넘은 오는 24일 오전 4시 30분 번리와 EPL 원정경기를 갖는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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