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마요르카구단 이적 발표...일본 유망주 구보와 라이벌 경쟁 '자극제'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했다. 살다 보면 슬픈 일도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좋은 일인 경우가 허다하다. 인생은 항상 변화무쌍하고, 위기 속에 기회를 품고 있어 무턱대고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최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를 떠나 RCD 마요르카로 이적한 한국 축구 유망주 이강인(20) 또한 그런 점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기회를 맞고 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계약 조건을 놓고 퇴보한 이적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어린 나이에 출전 기회를 더 늘려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이강인을 대하는 마요르카의 호의적 태도가 앞날을 밝게 한다.
30일 이강인 이적을 공식 발표한 레알 마요르카는 구단 사이트 첫 페이지 톱뉴스로 이강인 영입을 알리는 사진과 환영의 글을 올리며 기대를 나타냈다. 마요르카는 "우리는 이강인이 2025년까지 계약을 체결하고 마료르카로 FA이적을 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 한국인은 10세에 발렌시아CF에 입단한 뒤 클럽 아카데미를 거쳐 시니어 부문까지 진출해 총 62회 출전, 17세 데뷔 후 3골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또 "클럽의 모든 사람들을 대표하여, 이강인이 마요르카 섬에서 따뜻한 환영을 받기를 바란다"고 환영했다.
마요르카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지중해의 섬으로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약 45분 거리에 자리한 유럽의 대표적 휴양지이자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 마요르카의 팔마를 연고도시로 한 프로축구단 RCD 마요르카(Real Club Deportivo Mallorca)는 1916년 창단한 105년 역사의 팀으로 2020년 기성용이 활약, 한국팬들에게도 잘 알려졌으며 현재 일본의 유망주 구보 다케후사(20)가 뛰고 있다.
이강인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고전하던 발렌시아로부터 계약기간 1년을 앞두고 자유계약 선수로 풀려 마요르카와 2025년까지 4년 계약을 체결했다. 올시즌 1부리그로 재승격한 마요르카는 중상위권 도약을 위해 이강인 영입을 결정했다. 지난 2019-20 시즌 1부로 승격했지만 한 시즌만에 강등됐고 지난 시즌 2부리그 2위를 차지해 다시 1부로 복귀했다.
기성용에 이어 구단 역사상 두 번째 한국 선수가 된 이강인으로선 지난 2019 U-20 월드컵 MVP를 차지하며 세계적 유망주로 부상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이적료도 받지 못 한 초라한 이적일 수 있지만 스무살의 나이를 고려하면 세계적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당장의 조건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오랜 시간 발렌시아 유소년을 지도한 한 지도자는 "내 지도자 생활 중에 이강인만한 인재는 본적이 없었고 2019년에 잘하는 것을 보고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 싶었다"고 재능을 높게 평가하 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 기회가 줄어들자 지난 2020도쿄올림픽에선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고 안타까워했다. 공을 잡았을 때 번뜩임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준이지만 속도와 힘이 많이 떨어졌고 공을 잡으면 흐름을 살리기보다 자신이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초조함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재능은 여전하지만 이를 살릴 수 있는 실전 경험 부족으로 성장이 정체됐으며 제 평가를 받지 못 한다는 것이다. RCD 마요르카는 이 같은 부족함을 채워줄 팀으로 보인다. 마요르카는 2021~2022시즌 프리메라리가 개막 후 3경기에서 2승1무로 전체 20개팀 가운데 6위를 달리고 있다. 적응을 마치는 9,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출전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찬스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주전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무살 동갑내기인 일본의 구보 다케후사와의 팀 내 라이벌 경쟁은 도약을 위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활약한 윙어 구보는 2019년 FC도쿄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마요르카~비야레알~헤타페를 거치며 임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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