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골' 정우영 '불운탈출', 獨 프라이부르크 '고진감래'

한국축구 유망주 정우영이 전반 9분 만에 2골을 기록하자 SC 프라이부르크 선수들이 축하하고 있다./프라이부르크 홈페이지

28일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전 2골, 3-2 승리 견인 MVP '영예'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고진감래'의 시작인가. 출중한 재능을 갖고도 유달리 운이 따르지 않던 '한국축구 유망주' 정우영(22)이 마침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불운 탈출'의 서막을 알리는 '멀티골'을 작렬하며 잠재된 능력을 펼쳐보이기 시작했다. 혹평을 하던 키커도 찬사를 보냈고, 분데스리가 사무국 역시 경기 MVP로 선정하며 득점력을 높게 평가했다.

2020도쿄올림픽 본선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정우영은 28일 오후(한국시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2021-22시즌 분데스리가 3라운드에서 SC 프라이부르크의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뒤 킥오프 3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한 데 이어 6분 뒤인 전반 9분 추가골을 넣어 3-2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우영은 전반 3분 귄터의 크로스를 헤더로 멋지게 골문을 가른데 이어 전반 9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날카로운 왼발 발리슛으로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골잡이로서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슈투트가르트전에서 2골을 기록한 정우영의 인스타그램 사진.

개막 3경기 만에 시즌 1, 2호골을 신고한 정우영은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던 2018~2019시즌 분데스리가 데뷔전을 치른 이래 처음 멀티골을 기록했다. 킥오프 9분 만의 정우영 멀티골은 프라이부르크 소속 선수 가운데 최단 시간 멀티골로 기록됐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정우영을 프라이부르크와 슈투트가르트전 최우수선수로 선정하며 '정우영이 프라이부르크 역사상 최단 시간 멀티골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고 소개했다. 사무국은 특히 정우영의 선제골 상황에 대해 '득점 가능성이 15%였던 상황에서 골을 넣었다'며 12m 거리에서 헤딩골을 성공시킨 정우영의 득점력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정우영의 이날 활약은 올 시즌 개막 후 프라이부르크가 치른 3차례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전한 뒤 리그 3경기 만에 드디어 득점포를 가동하며 '불운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일찍부터 축구 재능이 뛰어난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으나 프로리그에서 제대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같은 연령대인 이강인(20 발렌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정우영은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 탈락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으며 지난 23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9월 2022카타르월드컵대표팀 소집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 했다. 비단 올 여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 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 이후 U-20대표팀, U-23대표팀에 차출돼서도 실전 경기 감각 부족으로 이렇다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 한 채 기대에 미치지 못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슈투트가르트전에서 2골 활약을 펼친 정우영(29번)의 골 장면을 크게 부각시킨 프라이부르크 홈페이지./프라이부르크 홈페이지

하지만 정우영은 포기하지 않고 유럽무대에서 꾸준히 자기 갈 길을 찾아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이면서 역경을 극복하고 있다. 독일 명문 클럽 바이에른 뮌헨이 주목한 정우영은 2018-19시즌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과 분데스리가 데뷔전을 잇달아 치른 데 이어 프라이부르크로 이적 후 지난 시즌부터 차츰 출전 기회를 늘려나갔다.

정우영이 유달리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던 배경에는 바로 실전 경험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유럽무대의 기라성 같은 선수들에 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 하자 한국대표팀의 부름을 받고도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그라운드에서 발휘하지 못 했다. 정우영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축구 재능과 스피드, 킥력이다. 양발잡이로 짧은 패스 연결에 능하며 윙어로서도 능력을 발휘한다.

다만 득점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슈투트가르트전에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멀티골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정우영은 지난 21일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분데스리가 2라운드에서 전반 33분 귄터의 크로스에 이은 골문앞 슈팅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쳐 독일 키커지로부터 '골문앞 4m 거리에서도 골을 넣지 못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키커는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정우영이 2골로 승리를 이끌자 놀라운 득점력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영국 통계 전문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정우영에게 경기 최고 점수인 평점 8.4점을 부여하며 플레이를 높게 평가했다. 1골을 기록한 횔러가 7.9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슈투트가르트의 공격수 하마디 알 가디우이도 1골 1도움의 활약 속 8.4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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