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 참사' 벤투의 변명 "일본이 더 나았다"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맨 오른쪽)이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은 0-3으로 패했다./KFA 제공

25일 일본 요코하마 축구 국가대표 한일전 0-3 패배 후 기자회견서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일본이 더 나았다."

'요코하마 참사'를 낳은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5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A매치 친선경기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오늘 패배의 책임은 오직 감독인 나만의 것이다. 준비를 잘 했지만, 오늘은 상대가 더 나았다. 일본은 이길 만한 자격이 있었다"고 완패를 시인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전혀 하지 못했다. 실수가 많았다. 위험지역에서 볼을 뺏기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그래서 많은 실점이 발생했다. 후반전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줬다. 오늘 패배에 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당한 결과였다"고 소감을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10년 만에 열린 이날 한일전에서 팬들의 기대와 달리 전반 16분과 27분, 후반 38분 각각 야마네 미키, 가마다 다이치, 엔도 와타루에게 연속 실점하며 0-3으로 완패해 충격을 낳았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등 유럽파 선수 소집에 어려움을 겪어 힘든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은 됐지만 전술과 전략, 선수 기용 등에서 너무 기대치와 달라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한국의 이강인(왼쪽)이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국가대표 친선경기에서 볼을 다투고 있다./KFA 제공

한국은 탐색전을 펼친 전반 5분 이후에는 단 1개의 유효슛만을 기록할 정도로 졸전을 펼쳤으며 전반에만 2골을 헌납하는 등 단 하나의 소득도 얻지 못했다. 특히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강인 정우영의 적극 활용으로 A대표팀의 주전 가능성을 보여주길 기대했으나 벤투 감독은 오히려 보배 같은 자원을 낭비하는 전술로 사기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아 비판을 자초했다.

벤투 감독은이날 미드필더 이강인을 제로톱(폴스9· False9)에 두는 깜짝 공격 전술을 꺼냈지만 결과적으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는 단초가 됐다. 이강인이 주로 활약하는 공격 2선 대신 최전방과 2선을 오가는 제로톱에 배치, 상대 수비수를 유인하고 나상호 남태희의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을 노렸지만 후방에서 볼이 공급되지 않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강인은 전반이 끝나자마자 정통 공격수인 이정협과 교체돼 나갔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 제로톱은)우리의 전략이었다. 상대 수비라인의 균열을 깨고, 상대 수비가 우리 강하게 압박할 때, 수비수들을 자기 포지션에서 끌어낼 수 있다면, 그 빈틈으로 2선에 있는 양 윙어들과 섀도우 스트라이커 남태희가 뒷공간 침투해 들어가길 바랐다. 이러한 부분이 잘 나오지 않았다. (선수들이)계속해서 공을 받으러 내려오고 중앙에서 공격을 전개했다. 의도했던 전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강인 제로톱 전술은 내가 선택했다. 잘 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다"고 실패를 자인했다.

문제는 벤투 감독의 전술과 선수기용에 대한 의구심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이강인을 중심으로한 공격진 구성은 현실에서 전혀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 했고, 후방에서 제대로 빌드업이 안 돼 공을 받으러 내려오다 보니 공수에서 균형이 깨져 엉망진창이 경기가 되고 말았다. 이 같은 전술은 어느 정도 예상됐음에도 불구하고 유럽파와 일부 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선수 기용을 하다 보니 원팀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벤투 체제의 대표팀에 대해 근본적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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