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2020~21 EPL 5라운드 토트넘-웨스트햄전 손흥민 3골 관여, 교체되자 3실점 3-3 무승부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손흥민 마법'이 풀린 탓인가. 전반 16분 만에 손흥민의 대활약으로 3점을 앞서간 토트넘이 후반 손흥민을 교체한 뒤 막판 10여분 만에 웨스트햄에 3골을 내주며 손에 넣었던 승리를 날려보내는 '악몽'에 시달렸다.
'슈퍼소니' 손흥민(28)이 19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 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 경기 시작 45초 만에 선제골을 넣은 것을 비롯해 전반 16부 동안 폭풍 같은 3득점 행진에 모두 관여하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토트넘은 3-0으로 앞서던 후반 26분 스티브 베르바인을 빼고 가레스 베일을, 후반 35분 손흥민을 빼고 루카스 모우라를 투입한 뒤 수비가 무너지며 후반 37분 이후 10여분 동안 3실점하며 3-3으로 비겼다. 토트넘은 손흥민이 피치에서 나온 지 2분 만에 불부에나에게 실점을 하는 등 급격하게 흔들리며 승점 3점을 추가할 수 있는 천금 같은 기회를 놓쳤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를 잘하고도 승점 2점을 놓쳤다. 이것이 축구다. 측면 공격에 대비하는 수비에 문제를 노출했다. 우리는 4골째를 넣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웨스트햄은 환상적인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8경기 연속 무패(6승2무)를 이어간 토트넘은 무승부를 하고도 패배 같은 분위기를 보였다. 리그 순위는 2승2무1패(승점8)로 6위를 기록했다. 극적으로 패배 위기에서 3골차를 극복한 웨스트햄은 2승1무2패(승점7)로 8위를 마크했다.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경기 시작 45초 만에 선제골을 터뜨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해리 케인이 토트넘 진영 후방에서 넘겨준 40여m 전진 패스를 잡은 손흥민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안에서 웨스트햄 수비수 파비안 발부에나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으로 '번개골'을 기록했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환상 궁합'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손흥민을 보지 않고도 패스를 한 적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 케인은 이날 선제골 역시 웨스트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롱 패스로 손흥민에게 득점 기회를 열어줬다. 손흥민은 케인의 기대에 보답하듯 가볍게 상대 수비수를 제치며 오른쪽 골문을 파고드는 절묘한 슈팅으로 골문을 열었다.
손흥민은 지난 5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멀티골에 이어 2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EPL 7호골을 신고했다. 이로써 손흥민은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과 EPL 득점 랭킹 공동 선두를 계속 달렸다. 손흥민은 7분 뒤 자신의 골을 도운 케인에게 어시스트를 하며 두 번째 골을 합작했다.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가운데에 있던 케인에게 패스했고, 케인은 오른발로 중거리 슈팅을 때려 추가 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맨유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소울 메이트' 케인의 골을 도우며 리그 2호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케인의 두 번째 골이자 토트넘의 세 번째 골에도 관여했다. 전반 16분 손흥민은 웨스트햄 진영 왼쪽의 세르히오 레길론에게 볼을 내주자 레길론이 크로스를 올려, 케인의 헤더를 도왔다. 전반 16분 만에 토트넘이 3-0 리드를 잡은 데는 손흥민의 활약이 컸다. 손흥민은 이날 1골 1도움을 추가하며 올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8골 4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의 마법'에 힘입은 토트넘의 시간은 후반 35분에 끝났다. 승리를 확신한 무리뉴 감독은 후반 26분 가레스 베일을 이적 후 처음 투입한 데 이어 35분 손흥민을 루카스 모우라로 교체하며 변화를 꾀했다. 가레스 베일을 투입하며 기대를 모으는 'K(케인)B(베일)S(손흥민)라인'을 점검하고자 했으나 손흥민 교체아웃 후 악몽의 시간을 연 꼴이 됐다.
웨스트햄은 후반 37분 프리킥 상황에서 발부에나가 아론 크레스웰의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1-3을 만든 데 이어 후반 40분 토트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처리하던 다빈손 산체스의 자책골로 2-3으로 따라붙은 뒤 경기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 뒤로 흐른 공을 마누엘 란지니가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극적인 3-3을 만들었다.
후반 36분까지 3-0으로 앞서다 막판 10분 동안 3골을 내줘 3-3 무승부에 그친 토트넘과 웨스트햄 경기는 역설적으로 손흥민의 중요성을 입증한 한 판으로도 볼 수 있다. 무리뉴는 이제 손흥민 교체에 한 번 더 생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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