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벤투스 관계자 "40분 경기하자" 연맹 겁박도
[더팩트 | 양덕권 기자] '호날두 노쇼'에 대한 팬들의 분노가 좀처럼 수드러들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는 아시아 투어를 마치고 이탈리아로 복귀하자마자 27일 러닝머신에서 운동하는 영상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한국 팬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다리 근육 경련을 이유로 한국 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과 대조적으로 '집에 돌아와 좋다'며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했다. 이에 대해 한국팬들은 '날강도'를 빗대 '날강두'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며 집단 소송 움직임마저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FC와 팀K리그의 친선 경기는 어떻게 열리게 됐을까. 왜 호날두는 경기에 뛰지 않았을까. 계약서에는 분명히 출전 조항이 명시돼 있었을까. 프로축구 활성화를 위해 '볼거리' 차원에서 친선경기에 나섰다가 '된서리'를 맞고 사과문을 발표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속사정은 무엇인지 팩트체크로 풀어본다.
√팩트체크1=유벤투스와 K리그 선발팀의 경기는 어떻게 26일 열리게 됐나
유벤투스 초청 K리그 선발팀과 친선경기는 에이전시인 '더페스타(대표 로빈 장)'가 주최했다. 프로축구연맹은 개런티를 받고 상대팀 자격으로 출전하는 형태였다. 당초 연맹은 세계적 명문 클럽인 유벤투스와 경기를 통해 축구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K리그에 대한 관심도 제고하자는 목적에서 K리그 선수들 간의 올스타전을 취소하고 친선경기에 응했다.
지난 5월초 유벤투스의 대행사 ‘더페스타’가 이 경기를 연맹에 최초 제안했을 때 경기 희망 날짜는 7월 27일(토) 또는 28일(일)이었다. 하지만 해당일은 K리그2 정규리그가 개최되기에 리그 일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연맹은 이를 거절했다. 연맹은 당초 7월 26일(금)에 K리그1 선수들을 주축으로 올스타전을 치를 계획이었다. 이 일정은 시즌 초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다. 따라서 26일 유벤투스가 경기를 할 수 있다면 올스타전을 대체하는 친선경기로 그 제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더페스타’에 전달했다.
6월 7일 ‘더페스타’는 유벤투스가 7월 26일 한국에 입국할 수 있고 친선경기를 할 수 있다는 수정제안을 했다.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간에 추가로 맺은 계약서에 경기 개최일이 7월 26일로 변경되어있음을 확인한 연맹은 이 제안에 대하여 크게 5가지 부분을 집중 검토하고 출전을 최종 결정했다.
√팩트체크2=프로축구연맹은 너무 쉽게 유벤투스 친선경기에 응하지 않았나.
명문클럽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유벤투스의 비상식적 행태에 연맹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연맹은 경기 참여 결정 전에 △대행사 겸 주최사가 될 ‘더페스타’를 믿을 수 있는가 △유벤투스가 경기 당일 입국하여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가 △호날두를 포함하여 유벤투스의 주축 선수들이 출전하는 것인가 △경기 외에 국내 축구팬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인가 △지나치게 높은 입장권 가격을 책정하지 않는가를 놓고 심사숙고했다.
제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연맹은 먼저 ‘더페스타’의 경우 유벤투스와 맺은 계약서 등 제반 서류에 하자가 없었고, 특히 유벤투스 측 관계자가 ‘더페스타’와 함께 연맹 사무실을 방문해 반드시 경기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을 신뢰, 계약 절차를 진행했다. 아울러 예상되는 여러가지 우려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이며 과거 이러한 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한 적이 있다며 이를 계약조건으로 넣는 것도 흔쾌히 동의해 계약에 이르게 됐다.
연맹은 ‘더페스타’보다 유벤투스와 맺은 계약서와 직접 방문한 유벤투스 인사의 의지를 확인한 것이 경기 추진에 동의한 배경이라고 설명한다. 이후 연맹은 ‘더페스타’ 측과 계약을 추진하며 옵션 조항을 반드시 넣어 리스크를 없애고자 했다. 주최사가 아닌 연맹이 지나치게 과도한 조건을 건다는 ‘더페스타’의 불만이 계속 이어졌지만, 조건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연맹은 원래 예정대로 K리그만의 올스타전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팩트체크3=계약서의 주요 옵션 내용은?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한 주요 옵션은 호날두 참여 여부를 포함하고 있다. 위약금은 각 1~2억원 수준이다. 옵션 내용은 1. 경기 개최 관련 위약금과 관련해서는 - 경기 28일 전 취소시 - 경기 27일~14일 전 취소시 - 경기 13일~1일 전 취소시 - 경기 당일 취소시 - 경기 10분~30분 지연시 - 경기 30분 이상 지연시 등으로 세분화 했다. 2. 선수단 구성 관련 위약금으로는 - 호날두 엔트리 불포함시 - 호날두 45분이하 출전시(워밍업 또는 경기 도중 부상, 퇴장의 경우 예외. 단, 부상은 주최사가 입증해야 함) - 1군 선수(지난 시즌 1부리그 50%이상 출전선수) 70% 이상 엔트리 불포함 시 미달된 선수 1인당 위약금을 넣었다. 3. 팬미팅 관련 위약금으로는 - 행사 미개최시 - 행사시간 2시간 미만시 - 호날두 불참시, 4. 입장권 가격 관련 - 최저가 티켓의 가격과 수량은 연맹의 동의하에 결정, 5. 경기 규정 관련 - 대한축구협회(KFA)의 ‘국제대회 승인 및 운영규정’과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Laws of the Game’에 의거하여 진행키로 했다.
연맹은 이상의 주요 사항들이 ‘더페스타’와 유벤투스의 계약서에도 포함돼 있음을 이미 확인한 상태(위약금 액수는 상이함)에서 6월 17일 ‘더페스타’와 계약을 체결했다. 위약금 액수가 적다는 의견도 있는데, 계약서는 위약금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더라도 계약사항을 반드시 준수하자는 합의이자 이를 위해 명문화한 장치다. 위약금의 규모가 계약을 쉽게 파기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연맹은 국내 축구시장을 고려했을 때 ‘더페스타’에 설정한 위약금이 결코 가볍지 않은 조건이라고 판단했다. 연맹은 ‘더페스타’와의 계약서에 근거하여 계약 위반 사항에 대해 법적 조치에 돌입할 예정이다.
√팩트체크4=유벤투스의 계약 위반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연맹 측도 황당해하는 상황이다. 국제 축구 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벤투스는 옵션을 포함한 계약서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유주요 계약사항을 상당부분 위반했다. 호날두 팬미팅 불참, 경기 50분이상 지연, 호날두 결장(엔트리에는 포함), 1군 선수 엔트리 70% 이하 등의 위반사실이 발생했고 사전에 그 어떠한 양해나 통보도 없었다. 이 경기는 유벤투스가 한국을 방문하여 경기를 가지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에 따라 성사가 된 대회였다. 유벤투스는 ‘더페스타’와 연맹이 계약도 체결하기 전에 호날두 등 핵심선수들을 출연시켜 ‘7월에 한국에서 만납시다’란 동영상을 제작한 뒤 5월말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보내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7월 26일 유벤투스가 보여준 모습은 글로벌 명문 축구클럽이라는 위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따라 연맹은 유벤투스와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었지만서도,7월 29일 총재명의의 항의 공문을 유벤투스에 발송했다.
√팩트체크5=프로축구연맹이 유벤투스에 발송한 항의 공문 내용은?
연맹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 앞에서 가장 기본적인 킥오프 시간도 맞추지 못한 유벤투스 구단의 무책임함, 킥오프 시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유벤투스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위약금을 내고 경기를 취소하겠다는 협박적인 거만함과 전, 후반을 각 40분으로 하고, 하프타임을 10분으로 해 달라는 기본적인 축구의 규칙서(Laws of the game) 조차 무시하는 요구를 하는 오만함, 그로 인하여 조직화된(Organized)된 KFA, AFC 승인 대회(1 tier)를 불명예스럽게(Disrepute) 만든 점 등을 지적했다,
그리고 주최사인 더페스타와의 계약에도 불구하고 45분 출전을 보장한 호날두가 참가하지 않은 점, 관중들이 경기를 보러 온 가장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란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위약금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팬심을 져버린 유벤투스 구단의 부도덕함, 더욱이 K리그는 주최사인 더페스타보다 글로벌 명문구단인 유벤투스의 명성을 믿었기에 상대팀으로 참가함과 동시에 기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것인데 유벤투스 구단이 보여준 행태에 심한 배신감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
또 상대팀으로 참가한 팀 K리그와 K리그 사무국이 유벤투스의 행태를 통해 받은 모욕감과 경기장을 찾은 6만여 팬들에 대해 무례함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없이 떠나버린 구단이 과연 120년 전통의 명문 축구 클럽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번 경기를 통해 유벤투스 구단이 오랜 기간 수많은 한국 언론과 축구팬들에게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없어져 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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