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러시아에 패배! 16년 만에 또 월드컵서 승부차기 눈물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페르난도 이에로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 16년 전 한국 전라남도 광주에서 겪었던 악몽을 장소만 모스크바로 바꿔 또다시 재현했다. 이번에도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로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1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 전에서 전후반 90분은 물론 연장 30분까지 1-1로 승부의 균형을 깨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은 승부차기 끝에 러시아에 3-4로 패했다. 16년 전의 데자뷰다.
이에로 감독은 16년 전인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 경기장에서 2002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8강에서 만났다. 이에로 감독은 당시 스페인 수비의 핵심으로 선발 출전했다. 한국과 연장까지 120분 동안 0-0으로 승부를 내지 못했던 스페인은 한국과 4강 진출권을 놓고 승부차기에 나섰다. 이에로 감독은 팀내 최고참으로 첫 번째 키커로 나서 이운재가 지키는 골망을 흔들었다.
승부는 스페인의 네 번째 키커로 나선 호아킨 산체스 차례에서 갈렸다. 호아킨이 찬 슈팅이 이운재의 선방에 막혔다. 반면 한국의 네 번째 키커 안정환은 이케르 카시야스가 지키던 스페인의 골라인을 넘어섰다. 이어 선축으로 시작한 한국의 마지막 키커 주장 홍명보가 스페인의 우측 상단 골망을 흔들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에로 감독의 현역 마지막 월드컵은 그렇게 한국에 승부차기 3-5로 진 채 끝났다. 그로부터 16년 뒤 감독으로서 처음 맞는 월드컵에서 이에로 감독은 또다시 승부차기에 울었다. '파이브 백'으로 극단적 수비 전술을 들고 나온 러시아를 상대로 80%를 넘는 볼점유율에도 스페인은 연장까지 120분 동안 승리를 위한 골을 잡아내지 못했다.
그렇게 '광주 악몽'은 세 번째 키커에서 재현됐다. 2-2로 팽팽한 상황에서 페널티박스에 선 코케는 이고르 아킨페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2002년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차분하게 점수를 챙기며 조금씩 앞서 나갔다. 반드시 넣고 러시아의 실축을 바라야 하는 강한 중압감 속에 스페인의 마지막 키커 이아고 아스파스가 나섰다. 이에로 감독을 비롯해 스페인 대표팀은 아스파가의 성공을 빌었지만 볼은 크로스바를 넘어 관중석으로 향했다.
승부차기 4-3. 러시아의 승리다. 주심의 휘슬 소리와 함께 러시아 선수단은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16년 만에 또 승부차기 끝에 패한 이에로 감독은 고개를 떨군 채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광주에서의 악몽이 다시금 발목을 잡은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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