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한국 축구' 지상파 3사, 최고의 해설 멘트
[더팩트ㅣ지예은 기자] 28년 만에 월드컵 조별리그 전패 탈락 위기에 놓였던 한국이 '세계 1위' 독일을 꺾었다. 월드컵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선전을 향한 지상파 3사 해설위원의 중계도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한국은 27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3차전인 독일과 경기에서 2대 0으로 완파했다. 한국은 1승2패로 조 3위에 오른 가운데 대회를 마감했다. 독일은 1승2패로 최하위에 머물며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치욕의 역사를 안았다.
이날 경기 전반전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독일과 전반을 대등한 경기 끝에 0대 0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이후 양팀은 후반전부터 빠르게 서로를 공략했다. 하지만 양팀 모두 선제골을 넣지 못하고 끝날 것 같던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 김영권과 손흥민의 연속골로 독일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에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인 3사 해설위원 안정환, 박지성, 이영표는 골을 넣었을 때 모두들 뛸 듯이 기뻐했다. 이전 경기에서 비교적 차분한 중계를 한 것과 비교하면 이날 경기에서는 희비가 교차되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또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쳤을 때 이들은 탄식하기도 하며 최고의 해설 멘트들을 남겼다.
MBC 해설위원인 안정환은 김영권의 극적인 첫 골로 한국이 1대 0으로 앞서자 "끝까지 집중력을 놓쳐서 안 된다. 상대는 때리고 들어온다. 잘 봐야 할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서두를 필요 없다. 앞서 있는 건 우리"라고 말하며 한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했다.
이후 독일의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가 골문을 비운 사이 손흥민의 추가골이 터졌다. 이에 안정환은 "욕먹기 전에 좀 잘하지"라며 환호와 씁쓸함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2000년보다 좋은 성과다. 그동안 할 수 있었는데 못 했을 뿐이다. 축구선수는 욕을 먹으면 먹을수록 성숙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KBS 박지성 해설위원이 줄곧 해오던 말이 예언 적중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박지성은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를 중계하다 "독일에 우승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 정도 실력이면 한국도 독일에 비벼볼 만 하다"고 평가해 시선을 모은 바 있다. 그의 앞선 발언을 두고 일부 대중은 망언이 아니냐고 질타했지만 결국 그의 말은 현실로 이어졌다.
이날도 '빼박콤비' 박지성과 배성재는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경지의 흐름과 분석, 진행 방향 등을 침착하게 중계했다. 이후 한국 축구대표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박지성은 "비록 오늘 좋은 경기를 펼쳐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한국 축구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축구는 우선 본질적인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는 축구 협회를 비롯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고통과 희생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희생이 없다면 한국 축구는 발전할 수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10년, 20년, 30년, 더욱 성장해 세계 축구와 격차를 줄이고 실력 또한 상향 평준화 돼야 한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KBS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광용 캐스터와 안정된 호흡으로 중계를 이어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차분한 중계를 유지해오던 이영표도 독일을 상대로 한국 축구대표팀이 밀리지 않는 경기를 펼치자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 수비라인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잘한다고 해설하고 싶었다. 5년 해설했는데 그동안 칭찬한 것보다 오늘 칭찬한 게 훨씬 많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자 이영표는 "독일을 꺾었는데 16강에 못 가면 어떤가. 해설자로서 소원을 풀었다. 이제 해설 안 해도 상관없다"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기적을 노렸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이변을 일으킨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대중의 따뜻한 위로가 잇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