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독일, 27일 운명의 맞대결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신태용호가 최종전을 앞두고 다시 필승의지를 다지고 있다. 조별리그 2경기에서 2패를 기록했으나 최종전을 승리한다면 경우의 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상대는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이자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전차군단' 독일이다.
많은 축구전문가들과 도박사들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 우승 확률이 가장 높은 팀으로 독일을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의 첫 경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독일이 조별리그 F조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 답답한 경기력 끝에 0-1으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중원의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와 사미 케디라(유벤투스)는 동선이 자꾸 겹쳤으며 메수트 외질(아스날)은 특유의 창의적인 패스가 멕시코에 대부분 읽혔다. 전 대회 득점왕 토마스 뮐러(이하 바이에른 뮌헨)도 골찬스에서 공을 허공으로 띄우기 일쑤였다.
끝이 아니다. 독일은 2차전 스웨덴전도 졸전이었다. 특히 전반전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한 크로스는 실점의 빌미까지 제공하며 독일의 축구팬들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독일은 후반전부터 조금씩 경기력을 끌어올리면서 스웨덴을 압도했으나 후반 37분 최종 수비수 제롬 보아텡의 경고누적 퇴장까지 이어지며 1-1로 경기가 끝날뻔 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경기 내내 부진했던 크로스의 프리킥 '극장골'로 간신히 승리를 챙겼으나 독일이 2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우승 후보가 아닌 '웃음 후보'로 불릴 만했다.
독일을 12년간 지휘하며 월드컵 4연속 4강 이상의 성적을 따낸 천하의 요아힘 뢰브 감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뢰브 감독은 사전에 스웨덴전 다음날인 25일 선수단 휴식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스웨덴전 경기 후 정상 훈련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FIFA에 통보했던 휴식 일정은 변경하지 않고 비공개 훈련을 실시했다. 스웨덴전 후반 체력이 다할 때까지 뛴 선수들을 개인 휴식이 아닌 예정에 없던 단체 훈련으로 관리하며 한국전의 마음가짐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한국전을 앞둔 뢰브 감독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초 뢰브 감독은 3차전인 한국전보다 1,2차전 멕시코전과 스웨덴전에 맞춰 전력을 꾸려왔다. 그러나 16강 진출을 위해 최종전인 한국전에서 무조건 승리를 거둔 다음 멕시코의 선전을 빌어야하는 상황이 됐다. 멕시코가 스웨덴과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F조 1위를 확정짓기 때문에 독일이 한국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둔다면 스웨덴과 조 2위 자리를 놓고 16강 진출을 다퉈야 한다.
여기에 한국전을 대비한 선수 상황도 좋지 않다. 스웨덴전에서 센터백 보아텡이 퇴장당했고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루디는 코뼈 부상을 입어 한국전 출전이 어렵다.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케디라와 외질은 컨디션에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에서 일단 승리를 거둬야 실낱같은 16강 진출의 꿈을 이어갈 수 있다. 독일 축구 경험이 있는 손흥민(토트넘)과 구자철(아우쿠스부르크) 등의 출전이 예상된다. '캡틴' 기성용(스완지)의 멕시코전 경기 막판에 입은 부상, 자신감이 떨어진 수비수 장현수(FC 도쿄)와 김민우(상주 상무)의 경기력 회복 여부도 관건이다.
한국-독일은 27일 오후 11시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F조 16강 향방을 가를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양 팀 모두 승리를 따내도 자력 진출이 불가능한 만큼 절실하다. 무조건 이기고 멕시코-스웨덴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만약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고 한국이 독일에 승리를 거두면, 3승으로 16강에 올라갈 멕시코를 제외한 3팀이 모두 1승 2패라는 '역대급' 경우의 수가 펼쳐진다. 한국은 멕시코전 경기 막판 손흥민의 왼발 중거리포로 따낸 1득점으로 16강행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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