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의 눈] 골키퍼 무한경쟁과 수문장의 임무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골문을 조현우, 김진현, 김승규(왼쪽부터) 중 누가 지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팩트DB

방어부터 공수조율까지 날로 중요해지는 골키퍼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김승규, 조현우, 김진현 중 누가 선발로 뛸까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해 내 대답은 이렇다. "나도 모른다." '괜히 몸사리는 거 아니냐'라고 핀잔을 준다면 그냥 받아 들이겠다. 선수 기용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외부인이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도, 할 수도 없는 신성한 영역이다. 다른 무대도 아니고 전 국민적 기대와 시선이 쏠린 월드컵이다.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신태용 감독의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굳이 개인적인 일화까지 꺼내가며 말문을 연 건 '골키퍼가 취약 포지션'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다. 호사가들은 신태용호를 바라보며 '2002년과 2006년에는 이운재, 2010년에는 이운재-정성용. 그동안 골키퍼 걱정은 안 했는데 이번 대회는 주전 골키퍼가 없어 걱정이다'며 혀 끝을 찬다.

월드컵에서 확실한 건 없다. 23인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라면 누구나 언제든 그라운드에 나갈 수 있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여 동안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에서의 성공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했다. 골키퍼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조별리그 상대인 스웨덴과 멕시코, 독일의 축구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상대의 플레이 스타일이 다양한 만큼 골키퍼도 당연히 여러 가지 측면을 봐야 한다.

기술과 전술, 체력과 정신력, 플레이 스피드 및 압박과 탈압박 없이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현대 축구의 추세에 발맞춰 그 어느 포지션 보다 상대 득점을 막아내는 최후의 보루인 골키퍼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실 축구에서 골키퍼 만큼 특수하고 까다로운 포지션도 없다. 스로우인을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손을 사용할 수 있고, 뛰어난 신장과 순발력, 민첩성, 과감성, 냉철한 판단력, 유연성, 집중력, 점프력, 반사 신경 등 요구되는 요건도 많다.

기술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골키퍼는 캐칭(잡기), 세이빙(몸 던지는 기술), 펀칭(처내기), 스로우인(던지기), 펀트 킥(공을 잡은 상태에서 공이 지면에 닿기 전에 차는 기술), 키킥(공을 지면에 두고 차는 기술), 롤링(굴리기) 등 다른 선수들과 전혀 다른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여기에 볼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볼 컨트롤과 공을 간수하는 키핑력도 장착해야 한다.

또한 전술적 변화에 따라 골키퍼는 최종 수비 임무까지 맡아야 한다. 운동장 전체를 보고 뒤를 확인하지 못한 선수의 위치를 재조정하거나 마크가 잘못됐을 때 마크를 붙여주기도 해야 한다. 또 측면 크로싱 상황이면 반대쪽 상대를 체크해야 하며 슈팅 상황일 때 마크맨을 붙여 상대 슈팅을 방해하게 하는 것도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의 역할이다. 동시에 역습이냐 지공이냐에 따라 공의 스피드를 조절해 우리 공격수가 유리한 쪽으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골키퍼의 임무다.

현대 축구에서 골키퍼의 중요성이 날로 중요해지는 만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의 골문을 지킬 수문장이 누가 될지 신태용 감독의 선택이 주목 받고 있다. /더팩트DB

그만큼 골키퍼가 중요하다. 김승규, 조현우, 김진현을 두고 다양한 시험을 한 것도 신태용 감독의 이런 고민의 다른 말이다. 물론 이탈리아의 지안루이지 부폰이나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처럼 붙박이 수문장이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이탈리아나 독일이 아니다. 각자 주어진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된다.

잘하면 영웅, 못 하면 역적이 되는 게 골키퍼다. 선방 한 번으로 위기에서 팀을 건져 올릴 수도 있고, 실수 한 번으로 허무하게 실점하며 팀을 위기로 몰아 넣을 수도 있다. 그 만큼 안정감이 중요한 자리다. 김승규, 조현우, 김진현 중 누가 한국의 골라인을 지킬지 알 수 없지만,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없다면 첫 경기인 스웨덴과 경기에서 장갑을 낀 선수가 두 번째 멕시코와 일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세 번째 독일과 경기는 장담할 수 없다. 16강 진출이나 예선 탈락이 결정된다면 앞으로를 생각하거나 쉬어가는 의미에서 앞선 경기와 또 다른 골키퍼가 자리할 수 있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누구에게 장갑을 맡길지 모르지만 김승규, 조현우, 김진현 누가 됐건 '내 뒤에 공은 없다'는 각오로 임해주길 바란다.

정리=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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