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볼리비아] 졸전 속 얻은 소득 '김신욱 카드'

한국이 볼리비아와 경기에서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최전방 공격수로 출장한 김신욱(가운데 14번)의 플레이가 그나마 인상적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마지막 공개 평가전이 졸전으로 끝났다. 신태용호가 '남미 복병'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겼다. 부정확한 공격 속에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소득도 있었다. '진격의 거인' 김신욱이 오랜만에 선발로 나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 (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답답한 경기력이었다. 선수들의 몸이 전체적으로 무거웠다. 느린 공수 전환과 부정확한 크로스 등으로 90분 내내 볼리비아를 밀어붙이고도 골을 넣지 못했다. 특히 이날 볼리비아는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로 경기에 임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무승부였다.

졸전 속에서도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 현대)이 위력을 더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김신욱은 이날 경기에서 4-4-2 포메이션 중 황희찬과 투톱을 이뤄 선발 출전했다. 장기인 헤더 외에도 연계 플레이와 과감한 슈팅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신욱은 전반 5분 상대 수비수 한명을 등지고 황희찬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볼리비아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한국의 첫 유효슈팅이었다. 예열을 마친 김신욱은 전매특허인 '헤더'로 볼리비아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18분과 39분 결정적인 헤더 유효슈팅으로 상대 골키퍼의 간담을 써늘하게 했다. 골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과정부터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이어졌다.

신태용호는 후반전 들어서 창의적인 크로스를 올리는 이재성을 투입하며 '김신욱 카드'에 힘을 실었다. 김신욱은 후반 35분 김민우와 교체될 때까지 남미의 수비수들을 상대로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며 문전 앞 포스트 플레이를 착실하게 수행했다.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날 경기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위협적인 공격 옵션으로 빛났다.

볼리비아전은 졸전이었으나 남미 팀을 상대로 김신욱 카드는 위력적이었다. /더팩트 DB

김신욱은 큰 키로 인한 제공권 다툼에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공격 찬스로 연결하는 롱패스를 통한 효율적인 축구를 가능하게 한다. 또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수를 등지는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 2선 공격수에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준다. 상대방의 코너킥이나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큰 키를 활용한 장신 수비수 임무도 수행한다.

신태용 감독은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해 김신욱을 멕시코전에 활용할 계획이다. 김신욱을 전방에 투입했을 때 키가 크고 힘이 좋은 유럽 수비수들보다는 빠르고 발재간이 좋은 남미 수비수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전 최종 모의고사' 성격을 띈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신욱은 지난 4일 국제축구연맹(FIFA)와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월드컵 때는 쉬운 조에 편성됐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다"며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달리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이번만큼은 더 강해진 모습으로 월드컵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무기력한 탈락을 벤치에서 씁쓸하게 지켜봐야했던 김신욱이 절치부심 끝에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볼리비아전은 내용도 결과도 좋지 못한 졸전이었지만, '김신욱 카드'의 위력을 발견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2kun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