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기적'의 핵심은 AS로마의 스리백이었다. 에우세비오 디 프란체스코 로마 감독은 8강 바르셀로나와 경기에서 파격적인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에딘 제코와 파트릭 쉬크를 투톱으로 중원을 주장 다니엘레 데 로시와 라드야 나잉골란, 케빈 스트루트만에게 맡겼다. 좌우 측면은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와 알렉산드로 플로렌치에게 일임했다. 스리백은 페데리코 파시오와 코스타 마놀라스, 주앙 제수스가 책임졌다.
바르셀로나가 오른쪽 측면에 수비수 세르히 로베르토와 넬손 세메두를 동시에 배치하며 수비적으로 나오자 AS로마는 측면 수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공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결과는 3-0 기적 같은 역전승이다. 전반 6분 만에 터진 제코의 선제골을 바탕으로 몰아 친 AS로마는 후반 11분 데 로시의 페널티킥 득점과 경기 종료 8분을 남기고 터진 수비수 마놀라스의 극적인 헤더골로 승리를 쟁취했다. 이 과정에서 스리백의 활약이 눈부셨다. 결승골을 넣은 마놀라스를 비롯해 또 다른 스리백 일원이었던 파시오가 2개의 키 패스(슈팅으로 연결된 패스)를 기록하며 공격과 수비에서 맹활약했다.
최전방 제코부터 중원의 데 로시 최후방의 스리백까지 AS로마 전 선수는 모든 면에서 바르셀로나를 압도했다. 로마는 이 경기에서 슈팅 수 17-9로 두 배 가까이 앞섰다. 유효슈팅과 코너킥 역시 6-3으로 더 많았다. 무엇보다 제공권 장악이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AS로마는 공중볼 획득 횟수에서 15-7로 우위를 점했다. 중심엔 제코가 있었다. 그는 5회의 경합 과정에서 모두 제공권을 장악했다. 슈팅 역시 4회로 가장 많았고, 이른 시간에 골을 기록하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페널티 킥을 얻어내며 2번째 골을 이끌기도 했다.
데 로시 역시 59회 패스를 시도하며 AS로마의 공격을 뒷받침했다. 제코의 선제골도 데 로시의 로빙 패스에서 나왔고, 페널티 킥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쉴새 없이 선수들을 독려하며 로마의 심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AS로마는 1983~1984시즌 유러피언 컵(챔피언스리그 전신)에서 준결승에 진출한 이유 34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진출했다. 동시에 AS로마는 역대 챔피언스리그에서 1차전 3골 차 이상 패배를 뒤집은 세 번째 팀이 됐다. AS로마 이전 대기록에 이름을 올린 팀은 2003~2004 시즌 8강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1차전 1-4 패, 2차전 4-0 승)와 지난 시즌 16강 바르셀로나(1차전 0-4 패, 2차전 6-1 승)다.
디 프란체스코 감독은 2일 "우리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며 "이런 마음가짐과 열정으로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0-0)에서 고전한 이후 홈에서 상대를 제압해왔다. 리버풀전에서도 그러길 바란다"며 "팬들의 열정이 우리에게 힘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 프란체스코 감독은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핵심 선수인 제코는 더욱 그렇다"며 "1차전 모하메드 살라를 뛰어넘어 경기를 바꿔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버풀은 기적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위르겐 크롭 리버풀 감독은 "(역전이) 불가능하다고 말할 순 없다"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우리는 첼시나 바르셀로나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클롭 감독은 "우리는 우리의 꿈을 위해 싸우고 결승에 가기 위해 이곳(로마)에 왔다"고 결연한 승리 의지를 밝혔다.
리버풀 역시 4-3-3 전형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UEFA는 설명했다.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사오디 마네, 모하메드 살라가 전방에 포진하고 제임스 밀너와 조던 헨더슨, 지오르지오 바이날둠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춘다. 앤드류 로버트슨과 버질 반 다이크, 데얀 로브렌,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포백에 설 것으로 내다봤다.
예상은 예상일 뿐이다. 3점 차 이상의 승리가 절실한 AS로마가 포백 카드를 꺼낼지 스리백 카드를 꺼낼지 감독의 디 프란체스코 감독만이 알 일이다. 3골 차 대승이 필요한 AS로마에게 필요한 건 골이다. 위험이 클 수록 보상도 큰 법이다. 공격 앞으로. 1-0이나 2-0 승리는 의미 없다. 3골 차 승리를 위해서는 측면 수비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공격에 무게를 더해야 한다. '로마의 기적', 그 중심에 스리백이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