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대웅 기자] 2002월드컵 4강신화를 이룩한 거스 히딩크 신드롬의 재판이다. 다만 장소가 다를 뿐이다. 한국이 아니라 베트남에서 일으키고 있는 점만 빼면 전 국민을 열광케 하고 하나로 뭉치게 한 일이 꼭 16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축구 신드롬의 주인공은 바로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59) 감독이다.
박항서 감독은 지난 28일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함께 하노이로 귀국한 뒤 베트남 국민들의 영웅 칭호를 받으며 시내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시내에는 마치 2002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할 때처럼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다. 베트남 축구의 기적을 쓴 대표팀과 박항서 감독이 탄 2층 버스 주변으로 수많은 시민이 몰려들어 금성홍기(베트남 국기)를 흔들었다. 곳곳에 태극기를 든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박 감독과 선수단은 이날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만난 뒤 대표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귀국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현지 언론은 동남아 축구 역사상 최고 성적을 일군 베트남 대표팀은 1급 노동훈장, 박 감독과 미드필더 응우옌 꽝 하이, 골키퍼 부이 띠엔 중은 3급 노동훈장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은 지난 27일 중국 창저우에서 우즈베키스탄과 U-23 챔피언십 결승전을 치러 연장전에서 결승골을 내주는 바람에 1-2로 졌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으로 베트남 국민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지난해 10월 박 감독이 베트남 A대표팀 겸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까지만 해도 베트남 내 분위기는 냉랭했지만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2002년 한-일월드컵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쓴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 축구의 신화를 쓴 영웅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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