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97세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아시아 축구의 변방에서 단숨에 중심으로 들어선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그 중심에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이 있다. 베트남의 국민 영웅 박항서 감독이 20일(한국시간) 중국 장쑤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살 이하(U-23) 챔피언십 이라크와 8강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며 어머니를 외쳤다.
박 감독은 "지금 100세가 다가오는, 지금 97세인 부모님이 시골에 계시다. 보고 싶다. 아내와 아들보다 어머니가 더 보고 싶다"며 "그것도 중요하지만 오늘 8번 후이 생일이다. 오늘 저녁은 (둑)후이의 생일을 승리와 함께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일은 (콩) 푸엉 생일이다. 시합 때문에 제대로 축하도 못 해줬는데 축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통역이 영어로 말을 전하는 동안 박 감독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 고개를 숙이고 물을 마시며 감정을 추스렸다. 그러다 중국 기자의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결국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뜨거운 눈물을 훔쳤다.
베트남 언론은 아시아 축구에서 변방으로 치부됐던 그간의 설움을 토해내듯 박 감독의 눈물과 베트남의 4강 진출을 대서특필했다. 베트남 국민들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를 흔들며 거리로 뛰쳐 나왔다. 이들은 "박항서"를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열기는 뜨거웠다. 쯔엉 호아 빈 베트남 부총리가 긴급 안전 대책 마련을 지시했을 정도다.
베트남 언론도 박 감독을 영웅 대접했다. 베트남 언론은 박항서호가 매일 믿을 수 없는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베트남 신문 '소하'는 이날 승리에 대해 "믿을 수 없다"면서 "U-23 베트남 대표팀이 아시아에 승리의 발자국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특히 '박 감독이 자신감과 전술을 바탕으로 수비에 치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며 박 감독의 노력을 치하했다. 신문은 "박 감독에게 감사하다. 베트남 젊은 선수들에게 진정한 축구의 투지를 일깨워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항서호는 20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중국 장쑤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선제골을 기록한 베트남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며 정규시간을 1-1로 마쳤다. 이어진 연장전에서 2골을넣고 2골을 내주며 3-3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지만, 운명의 승부차기에서 결국 웃었다. 5골 모두를 성공하며 첫 키커의 실축을 만회하지 못한 이라크를 5-3으로 누르고 4강 진출의 대업을 완성했다. 2013년 대회 시작 후 베트남이 AFC U-23 챔피언십 4강에 오른 건 처음이다. 반면 초대 대회 우승팀 이라크는 돌풍의 팀 베트남에 무릎을 꿇으며 이변의 제물이 됐다.
베트남은 23일 오후 5시 카타르와 결승진출을 다툰다. 동시에 한국은 지난 대회 우승팀 일본을 4-0으로 대파한 우즈베키스탄과 같은 날 오후 8시30분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맞붙는다. 한국과 베트남의 대결은 3·4위전이나 결승전에서 가능하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베트남을 2-1로 이긴 바 있다.
◆ U-23 아시안컵 준결승 대진
베트남-카타르
한국-우즈베키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