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2-2 종료! 신태용 감독 "후반전 경기력 아쉽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축구에서 팀을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세 가지를 먼저 본다. 바로 체력, 전술, 기술이다. 체력을 앞에 두는 이유는 셋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 하나를 두고 넓은 그라운드를 90분 이상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스포츠인 축구에서 '체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신태용호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체력'에서 또 약점을 드러내며 중국과 비겼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의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1차전 중국과 대결에서 2-2 무승부에 그쳤다. 김신욱과 이재성의 연속골로 기분 좋게 역전에 성공했지만 이후 여러 차례 좋은 찬스에서 쐐기를 박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고, 그 아쉬움이 결국 '통한의 무승부'로 이어졌다. 골을 넣을 수 있을 때 넣지 못하면서 빌미를 제공했고 결국 후반전 중반 동점골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체력 문제가 또다시 드러난 한판이었다. 한국은 후반전 20분 이후 급격하게 기동력이 저하됐다. 팀이 전체적으로 뛰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페이스가 떨어졌다.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곧바로 분위기를 바꾸며 역전에 성공한 전반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두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표팀은 최근 경기에서 자주 후반전 중반 이후 체력 저하의 약점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체력이 약해서 이런 문제가 도드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선수들은 70분(후반 25분) 정도를 뛰고 나면 체력이 떨어져 순간 집중력이 저하된다. 이 힘든 시점을 팀 전체가 슬기롭게 풀어나가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팀 체력 분배와 적절한 스토링 플레이에 실패가 원인으로 비친다. 한국은 이번 중국과 대결에서 전반전 중반부터 후반전 초반까지 엄청난 활동량을 보였다. 동점골과 역전골을 만들고 추가골까지 터뜨리기 위해 상대보다 더 많이 뛰어 체력이 빠지는 시점이 좀 더 빨리 찾아왔다. 역전 후 추가골을 노리는 게 당연하지만, 후반전 초반부터는 강약조절을 곁들이는 게 더 안전했다.
유럽파 주축 선수들이 없을 때 체력 약점이 또 나타났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전을 돌아 보면, 앞선 상황에서 수비 쪽에서부터 안전하게 공을 돌리며 공격의 숨을 고르는 '스토링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들 대부분이 체력이 떨어진 후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 뛰지 못하며 상대에게 찬스를 쉽게 내줬고, 패스미스까지 많아지며 크게 흔들렸다. 쉬어가면서도 우리가 키를 쥘 수 있는 준비와 요령이 부족했다. '중원 사령관' 기성용의 완급조절과 '손세이셔널' 손흥민의 빠른 역습이 있었다면 체력 저하가 이 정도로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중국전이 끝난 뒤 후반전 경기력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스스로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와 체력 문제를 짚었다. 이런 부분들을 경기 전에 먼저 고려하고 판을 짰어야 한다. 시즌을 마치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체력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면, 좀 더 빨리 체력 저하가 찾아온다고 예상하고 안전한 플레이를 우선시 했어야 옳다.
다음 상대는 북한이다. 수비가 탄탄하고 공격도 나름대로 짜임새가 있다. 북한은 일본과 1차전에서 정말 이길 뻔했다. 뒤로 물러선 채로만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맞불을 놓으며 승리를 노렸고, 위협적인 공격으로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비록 '극장골 불운'에 패했지만 일본과 대등하게 싸웠다. 12일 남북대결을 앞둔 신태용호. 투지 넘치게 함께 뛰며 체력에 강점을 보이는 북한을 꺾기 위해서 '우리의 체력 약점'을 꼭 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