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정식기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7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러시아에 2-4로 패했다. 김주영의 연속 자책골로 대표되는 수비 불안을 또 한번 노출했다.
이날 한국은 상대의 세트피스 공격에 두 골을 허용했다. 러시아는 전반 44분 오른쪽 코너킥 기회에서 알렉산드르 사메도프가 올린 크로스를 표도르 스몰로프 헤딩 선제골로 연결했다. 후반 10분에도 오른쪽 코너킥을 알렉산드르 코코린이 머리로 밀어넣은 공이 김주영의 몸을 맞고 골이 됐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골 결정력과 세트피스 수비 집중력이 떨어진 것을 패인으로 꼽았다. 신 감독은 "스리백 훈련을 이틀밖에 하지 못했다. 상대 세트피스에서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졌다"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 대비해 K리그의 협조를 구해 대표팀을 조기소집했던 신 감독은 이번 유럽 평가전에서 해외파만으로 팀을 꾸렸다. 수비 자원을 풀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바뀐 전형 때문에 호흡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이 정상적인 전력으로 경기에 나설 경우 수비력 개선은 가능하지만 세트피스, 특히 코너킥 수비 보완이 필요한 것은 틀림없다.
프리킥을 좋은 득점 기회로 보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 세트피스의 진수는 코너킥이다. 프리킥과 달리 공을 놓는 장소가 두 곳이어서 감독이 여러 가지 패턴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의 수비능력을 잘 드러내는 상황 가운데 하나가 코너킥 수비이기도 하다.
상대에게 코너킥을 허용했을 때 대부분의 팀은 니어사이드로 날아오는 공을 클리어링할 전담 수비수를 둔다. 지역을 맡는 것이다. 그리고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에 대해서는 맨투맨으로 마크한다. 즉 지역과 대인 방어가 혼합된 수비를 한다.
코너킥은 골문을 향해 수평으로 크로스가 날아오기 때문에 대인 방어를 하는 수비수가 공과 상대 공격수를 함께 시야에 두고 막기 어렵다. 다른 공격수에 의해 진로가 막히면 자신이 맡은 공격수가 자유롭게 헤딩으로 득점을 노릴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코너킥의 궤적을 읽으면서 자신의 위치를 정해야 상대의 슈팅을 방해할 수 있다. 러시아의 선제골 때 스몰로프는 거의 선 채로 헤딩슛을 할 수 있었다.
세트피스 공격은 상대 수비를 속여 허점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패턴이 있다. 수비는 그런 패턴을 읽고 적절히 대응해야 실점 위기를 넘길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각 수비수의 정확한 판단과 수비수들 간의 호흡이다. 이번 러시아전은 특별한 상황이었지만 K리거가 합류한 대표팀에서도 수비 강화는 꼭 필요하고 그런 면에서 뼈아프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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