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박종우는 안 되고, 카타르는 되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8차전 한국-카타르 경기가 숱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한국은 카타르에 33년 만에 2-3으로 패배했다. '도하 참사'로 불리는 이날 패배로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불투명해진 것은 물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고 중도하차했고,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사퇴했다.
아울러 한국-카타르 전은 차별과 정치적 메시지 전달 등을 금지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규범을 어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실제로 카타르 선수들은 한국과 경기 전 몸을 풀 때 국왕인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국왕 얼굴을 흑백으로 그려낸 이 이미지는 카타르 단교 사태 후 단교 사태를 주동한 나라에 대한 저항의 이미지로 쓰이고 있다.
전반 25분 카타르의 하산 알 하이도스는 한국 문전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골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이후 하산은 관중을 향해 국왕 초상화가 새겨진 티셔츠를 들어 보이는 세리머니를 했다. 세리머니 직후 심판진들이 모여 무언가 논의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특별한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카타르의 세리머니는 또 논란이 됐다. 후반 5분 한국을 상대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아크람 아피프가 보인 세리머니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는 골 성공 후 왼팔 상의를 품 안에 넣고 구부리며 오른손으로 경례를 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언뜻 보기에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전반적 상황과 맥락을 따져봤을 때 아피프의 세리머니는 한국팬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충분했다. 앞서 전반 30분 한국의 에이스 손흥민은 오른팔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교체아웃됐다. 또 올해 24세인 손흥민은 28세 이전 군에 입대해야 한다. 경례하는 오른손은 군대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때문에 한국팬들은 아피프가 손흥민의 팔 부상과 군대 문제를 조롱한 것이 아니냐며 분개했다. 이후 아피프는 상이군인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세리머니였다고 해명했다.
카타르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보며 묘하게 겹쳐오는 세리머니가 있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그것이다. 2012년 8월11일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 한일전을 마친 뒤 박종우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보였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위반한 소지가 있다며 시상식에서 박종우에 대한 동메달 수여를 보류했다. 박종우는 경기 뒤 시상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이후 FIFA가 진상조사를 펼쳤고, 2012년 12월3일 FIFA는 FIFA 징계 규정 57조와 런던올림픽대회 규정 18조4항 위반으로 대표팀 공식경기 2경기 출전정지와 3500스위스프랑(약 4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올림픽 3·4위전 이후 6개월여간 이어진 싸움에서 대한축구협회는 "박종우가 관중석에서 던진 종이를 들고 뛴 것으로 정치적 의도없는 우발적 행동"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FIFA는 출전정지와 벌금 처분을 내렸고 이를 IOC에 통보했다. 다행히 IOC는 메달을 박탈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박종우는 올림픽 동메달을 지킬 수 있게 됐다.
FIFA가 문제 삼았던 FIFA 징계규범 제57조는 '공격적 행위와 페어플레이' 내용을 담고 있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타인을 어떤 방법으로든 특히 공격적인 제스처 또는 언어를 사용해 모욕하거나 페어플레이 원칙을 위반하거나 또는 기타 방법으로 반스포츠적 행위를 하는 자는 제10조 및 그 이하 조항에 따라 제재조치를 받는다.'
FIFA가 '독도 세리머니'의 박종우에 대해 2경기 출전정지와 벌금형을 내렸던 만큼 국왕 초상화가 그려진 티셔츠와 외팔 거수경레 세리머니에 어떤 처벌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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