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리피 매직'의 핵심, 지피지기

마르첼로 리피. /게티이미지 제공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중국 축구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마르첼로 리피는 수비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감독이 아니다. 그러나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3일 중국 창사에서 벌어진 한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이 그랬다.

중국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한국에 열세다. 패싱 게임을 통한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한국을 상대할 것인가. 리피의 선택은 수비 치중과 역습이었다. 전력이 뒤지는 팀이 흔히 취하는 전술이지만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의 장단점을 세밀한 부분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다.

리피는 볼 점유율을 포기하고 수비수와 미드필더로 2중 블록을 쌓아 중앙 수비지역의 밀도를 높였다. 미드필드에서 우세한 한국의 강점을 최대한 막겠다는 생각이었다. 손흥민이 빠진 한국의 측면 공격 약화를 예상했다. 풀백의 돌파가 있다 하더라도 김신욱 같은 장신 공격수를 처음부터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측면 크로스는 덜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공격은 역습과 세트피스였다. 전방부터의 강한 압박에 볼을 계속 빼앗기고, 롱 패스에 의한 공격은 오프사이드가 될 뿐이었지만 한국의 압박을 피해 뒤로 물러서지 않고 공을 앞으로 계속 이동시켰다. 한국의 압박은 강하지만 상대가 압박에 걸리지 않으면 넓은 배후 공간을 허용할 수 있다. 전반 33분 한국이 장린펑에게 중앙 돌파를 허용,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중국이 한국전을 대비해 세트피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알려졌다. 많지 않은 기회에서 득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장린펑의 돌파로 얻어낸 코너킥은 위다바오의 헤딩골로 연결됐다. 위다바오는 순간적으로 니어사이드로 빠져나가면서 가볍게 크로스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많은 준비의 결과이지만 한편으로는 코너킥을 클리어링할 수비수와 공격수를 마크할 수비수의 호흡이 잘 맞지 않은 한국의 약점을 파고든 것이기도 하다. 비슷한 상황에서 지동원이 함께 떠오른 중국 수비수로 인해 완전한 밸런스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된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김신욱을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꾀했지만 이 또한 리피가 예상했던 일인 듯했다. 중앙 수비블록의 형태가 변화하며 측면 크로스에 대한 지역수비를 강화했고, 김신욱에 대한 맨투맨 수비도 펼쳤다. 결국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0 승리를 거뒀다.

사실 경기가 시작되고 나면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극도로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상대팀 전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락의 위기에 놓인 중국 축구는 명장 리피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고, 그 기대는 적어도 한국전에서는 충족됐다. '리피 매직'의 핵심, 그것은 지피지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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