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과인, 10시즌 만에 '세리에 A 30골 이상' 달성
[더팩트 | 심재희 기자] '33골 벽을 넘어라!'
나폴리의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28)이 정말 오랜만에 이탈리아 세리에 A 무대에서 시즌 득점 앞 숫자에 3을 그렸다. 3일(이하 한국 시각) 우디네세와 경기(나폴리 1-3 패배)에서 골을 기록하면 올 시즌 리그 30호골을 마크했다. 최근 출전한 5경기에서 모두 골을 뽑아내며 6득점이나 터뜨렸다. 골 감각에 물이 올랐다는 말이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 세리에 A는 수비가 가장 탄탄한 리그로 정평이 나 있다. 골이 적게 나기로 유명하다. 당연히 득점왕의 골 수도 다른 리그에 비해 적다. '골잡이들의 무덤'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시즌 공동 득점왕을 차지한 마우로 이카르디와 루카 토니가 기록한 득점이 22골이었다. 2005-2006시즌 토니(당시 피오렌티나)가 31골을 잡아내기 전까지 '저득점 득점왕' 현상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토니 이전에 날고 기는 골잡이들이 모두 30골을 넘지 못했다. 1980년대에는 10명의 득점왕 가운데 8명이 10골대에 그쳤고, 1990년대에도 1997-1998시즌 득점왕에 오른 올리버 비어호프가 27골로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2000년대 접어들며 득점이 늘어났지만 쉽게 30골 벽은 깨지지 않았다. 안드리 셰브첸코, 에르난 크레스포, 다비드 트레제게, 크리스티안 비에리 등이 다 미역국을 마신 이후 토니가 혜성처럼 나타나 30골 벽을 허물었다.
토니가 '30골 이상 세리에 A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무려 47년이 걸렸다. 1958-1959시즌 인테르 밀란 소속이었던 안토니오 발렌틴 안젤리요가 33골로 득점왕에 오른 이후 토니가 처음으로 30골 고지를 점령했다. 그리고 10년이 더 흘러 이과인이 '마의 30골 고지'를 밟았다. 10년 동안 프란체스코 토티,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안토니오 디 나탈레, 에딘손 카바니 등이 실패한 큰 산을 이과인이 드디어 넘었다.
이과인이 30골을 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꾸준함'이다. 올 시즌 31경기에 나서 22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해트트릭이 한 번도 없었지만, 착실하게 골을 터뜨리면서 득점왕을 굳혔다. 19일 현재 2위 이카르디와 카를로스 바카(29·AC 밀란·이상 15골)보다 정확하게 2배 많은 골을 터뜨리며 득점왕을 예약했다. 순도 면에서도 빛난다. 30골 가운데 페널티킥 득점이 단 3번밖에 없었다. 절반이 넘는 16번을 선제골로 작렬했다.
문제는 이과인이 쾌조의 골 감각을 살릴 기회를 스스로 여러 차례 날렸다는 점이다. 이과인은 3일 우디네세전에서 골을 기록하고도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심판을 밀치고 거친 말과 행동까지 범해 4경기 출전정지를 받았다. 이미 헬라스 베로나전(10일)과 인테르 밀란전(17일)에 결장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탈리아 축구협회에 낸 나폴리의 이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출전정지 경기가 하나 줄어들었다. 20일 볼로냐와 홈 경기에 뛸 수 없지만, 25일 AS 로마와 원정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된 이과인이다.
이과인에게 올 시즌 남은 리그 경기는 이제 4번이다. AS 로마 원정을 시작으로 아탈란타와 홈 경기, 토리노와 원정 경기, 그리고 프로시노네와 홈 경기를 치른다. 올 시즌 이미 프로시노네를 상대로 2골, 아탈란타를 맞아 1골을 터뜨린 바 있어 기대가 더해진다. 남은 4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면 1950-1951시즌 군나르 노르달이 기록한 34골과 타이를 이루며 안젤리오의 33골 벽을 넘어선다. 올 시즌 골 페이스를 고려하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과연, 이과인이 '골잡이들의 무덤'에서 57년 묵은 기록을 깨뜨릴 수 있을까.
◆ 이탈리아 세리에 A 역대 득점왕(1958-1959시즌 이후)
- 2015-2016시즌 : 이과인(나폴리·30골, 현재)
- 2014-2015시즌 : 이카르디, 토니(이상 22골)
- 2013-2014시즌 : 치로 이모빌레(토리노·22골)
- 2012-2013시즌 : 카바니(나폴리·29골)
- 2011-2012시즌 : 즐라탄(AC 밀란·28골)
- 2010-2011시즌 : 디 나탈레(우디네세·28골)
- 2009-2010시즌 : 디 나탈레(우디네세·29골)
- 2008-2009시즌 : 즐라탄(인테르 밀란·25골)
- 2007-2008시즌 : 델 피에로(유벤투스·21골)
- 2006-2007시즌 : 토티(AS 로마·26골)
- 2005-2006시즌 : 토니(피오렌티나·31골)
- 2004-2005시즌 : 크리스티아노 루카렐리(리보르노·24골)
- 2003-2004시즌 : 셰브첸코(AC 밀란·24골)
- 2002-2003시즌 : 비에리(인테르 밀란·24골)
- 2001-2002시즌 : 트레제게(유벤투스), 다리오 우브너(피아첸자·이상 24골)
- 2000-2001시즌 : 크레스포(라치오·26골)
- 1999-2000시즌 : 셰브첸코(AC 밀란·24골)
- 1998-1999시즌 : 마르시오 아모로수(우디네세·22골)
- 1997-1998시즌 : 비어호프(우디네세·27골)
- 1996-1997시즌 : 필리포 인자기(이탈란타·24골)
- 1995-1996시즌 : 쥐세페 시뇨리(라치오), 이고르 프로티(바리·이상 24골)
- 1994-1995시즌 : 가브리엘 바티스투타(피오렌티나·26골)
- 1993-1994시즌 : 시뇨리(라치오·23골)
- 1992-1993시즌 : 시뇨리(라치오·26골)
- 1991-1992시즌 : 마르코 판 바스텐(AC 밀란·25골)
- 1990-1991시즌 : 지안루카 비알리(삼프도리아·19골)
- 1989-1990시즌 : 판 바스텐(AC 밀란·19골)
- 1988-1989시즌 : 알도 세레나(인테르 밀란·22골)
- 1987-1988시즌 : 디에고 마라도나(나폴리·15골)
- 1986-1987시즌 : 피에트로 파올로 비르디스(AC 밀란·17골)
- 1985-1986시즌 : 로베르토 프루조(AS 로마·19골)
- 1984-1985시즌 : 미셸 플라티니(유벤투스·18골)
- 1983-1984시즌 : 플라티니(유벤투스·20골)
- 1982-1983시즌 : 플라티니(유벤투스·16골)
- 1981-1982시즌 : 프루조(AS 로마·15골)
- 1980-1981시즌 : 프루조(AS 로마·18골)
- 1979-1980시즌 : 로베르토 베테가(유벤투스·16골)
- 1978-1979시즌 : 브루노 지오르다노(라치오·19골)
- 1977-1978시즌 : 파올로 로시(비첸자·24골)
- 1976-1977시즌 : 프란체스코 그라지아니(토리노·21골)
- 1975-1976시즌 : 파올리노 풀리치(토리노·21골)
- 1974-1975시즌 : 풀리치(토리노·18골)
- 1973-1974시즌 : 지오르지오 키날리아(라치오·24골)
- 1972-1973시즌 : 풀리치(토리노), 지아니 리베라(AC 밀란), 쥐세페 사볼디(볼로냐·이상 17골)
- 1971-1972시즌 : 로베르토 보닌세냐(인테르 밀란·22골)
- 1970-1971시즌 : 보닌세냐(인테르 밀란·24골)
- 1969-1970시즌 : 지지 리바(칼리아리·21골)
- 1968-1969시즌 : 리바(칼리아리·21골)
- 1967-1968시즌 : 피에리노 프라티(AC 밀란·15골)
- 1966-1967시즌 : 리바(칼리아리·18골)
- 1965-1966시즌 : 루이스 비니치오(비아첸자·25골)
- 1964-1965시즌 : 알베르토 오를란도(피오렌티나), 산드로 마졸라(인테르 밀란·17골)
- 1963-1964시즌 : 하랄트 닐센(볼로냐·21골)
- 1962-1963시즌 : 하랄트 닐센(볼로냐), 페드로 만프레디니(AS 로마·이상 19골)
- 1961-1962시즌 : 주제 아우타피니(AC 밀란), 아우엘리오 밀라니(피오렌티나·22골)
- 1960-1961시즌 : 세르지오 브리겐티(삼프도리아·27골)
- 1959-1960시즌 : 오마르 시보리(유벤투스·28골)
- 1958-1959시즌 : 안젤리요(인테르 밀란·33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