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매력 있는 팀이다. 아름다운 축구를 한다!"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이제 막 승격한 팀이지만 만만치 않은 경기력이었다. 90분 내내 지치지 않은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위협했다.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전남이 안방에서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중계하던 이천수(35)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지난해 화끈한 공격 축구로 챌린지를 졸업하고 클래식에 첫발을 내디딘 수원 FC의 이야기다.
조덕제 감독이 이끄는 수원 FC는 13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라운드 전남과 원정 경기에서 1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0-0. 승점 1을 획득하는 데 그쳤으나 무승부 그 이상을 보여준 90분이었다.
전남은 리그 정상급 전력은 아니지만 매 시즌 공수에서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지난해 21골을 합작한 스테보, 오르샤가 버티는 공격진과 현영민, 최효진 등 베티랑이 자리한 수비 라인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더불어 홈이란 어드밴티지를 안고 싸우기 때문에 수원 FC로선 힘든 클래식 데뷔가 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수원 FC는 지난해 챌린지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을 그대로 보였다. 필드 플레이어 10명 모두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운동장을 넓게 활용했다. 기회가 오면 수비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고, 팀이 필요할 땐 공격수들도 중앙선 아래로 내려와 수비에 나섰다,
수원 FC는 전남을 상대로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다. 전반 4분 만에 이재안의 첫 슈팅으로 포문을 열더니 경기 종료 호루라기가 울리기 전까지 계속해서 상대를 밀어붙였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통한 빠른 역습으로 상대 골문을 겨냥했다. 윤태수를 필두로 이재안, 김재웅은 스피드를 활용해 전남 좌우 측면을 노렸다. 2선에 배치된 이승현은 물론 좌우 측면 김근환과 블라단도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에 나섰다. 중앙 수비수 이준호도 역습 상황에선 과감하게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후반에 투입된 김병오도 중앙,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부리전히 운동장을 누볐다.
특히, 상대에 공을 빼앗기면 주변 선수들이 즉각적으로 협동 수비를 펼쳐 다시 공을 따내 기회를 창출했다. 체력적으로 우려를 사는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수원 선수들은 90분 동안 지치지 않았고, 한 발 더 뛰는 축구로 전남을 밀어붙였다.
이날 경기를 중계하던 이천수는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수원 FC가 전남전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클래식을 잡아먹을 것 같다"며 "정말 매력 있는 팀이다. 선수 전원이 체력이 좋고 압박하는 장면이 보기 좋다. 공을 빼앗기면 협동 수비로 다시 공을 쟁취한다. 정말 아름다운 축구를 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수원이 후반 시작과 함께 파상 공세를 퍼붓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하자 "기회는 많이 오는데 골이 안나와 안타깝다"며 마무리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내기도 했다.
첫 단추를 잘 끼운 수원이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속단은 이르지만, 수원 FC가 1라운드 경기처럼 공격적인 팀 색깔을 잘 유지하면서 성적까지 챙긴다면 K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드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