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챔스' 탈락! 조 3위로 유로파리그 합류
[더팩트 | 심재희 기자] '루니도 없고, 발렌시아도 없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잇몸까지 완전히 망가지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제대로 된 전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했지만, 잇몸 역시 이미 많이 상해 있었던 맨유다.
맨유가 '챔스 탈락'과 함께 '씁쓸한' 유로파리그 초대권을 손에 쥐게 됐다. 맨유는 9일(한국 시각)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펼쳐진 VfL 볼프스부르크와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6차전에서 2-3으로 패했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맨유는 8점에 묶이면서 같은 시간 홈에서 CSKA 모스크바에 2-1 역전승을 거둔 에인트호벤(승점 10)에 추월을 허용했다. 조 3위가 된 맨유는 유로파리그 32강에 합류하게 됐다.
예견된 패배였다. 맨유가 바닥을 기고 있는 팀 컨디션을 반전할 힘이 전혀 없었다. 웨인 루니, 모르간 슈나이데를랑, 필 존스, 안데르 에레라, 안토니오 발렌시아, 마르코스 로호, 루크 쇼가 부상으로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공격, 중원, 수비에 모두 큰 구멍이 뚫렸다. 차와 포를 떼고 거의 합죽이가 된 상황에서 억지로 짠 듯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경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1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릴 때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볼프스부르크 중앙수비의 빈 틈을 잘 파고들었다. 달레이 블린트-후안 마타-안토니 마샬로 이어지는 '작품골'이 만들어졌다. 블린트의 영리한 전진 패스, 마타의 절묘한 스루패스, 그리고 마샬의 빠른 돌파와 깔끔한 슈팅이 어우러지며 맨유가 먼저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맨유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3분 뒤 프리킥을 내주면서 위기를 맞이했고, 볼프스부르크가 자랑하는 세트 피스 공격에 동점골을 내줬다. '왼발 달인' 히카르두 로드리게스의 날카로운 프리킥에 이은 '골 넣는 수비수' 나우두의 발리 슈팅을 막지 못하며 땅을 쳤다. 전반 29분에는 '예술골'을 허용하며 넋을 잃었다. 율리안 드락슬러-막스 크루제-드락슬러-비에이리냐로 이어지는 패스 게임에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며 역전을 당했다. 드락슬러의 개인기와 패스, 크루제의 연계 플레이, 비이에리냐의 마무리가 이어지는 동안 맨유 수비진은 그저 공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전반을 1-2로 뒤진 채 마친 맨유는 후반 들어 공격에 힘을 더욱 줬다. 이대로 패하고 에인트호벤이 CSKA에 승리하거나 비기면 맨유의 탈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앞으로 돌격 모드'로 나섰다. 그러나 마땅한 교체 카드가 없어 승부처가 된 후반에 힘이 더욱 빠졌다. 닉 포웰과 마이클 캐릭을 투입해 추격전에 나섰지만 골 결정력 부족으로 후반 중반까지 동점을 이루지 못했다.
계속 끌려가던 맨유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이 비쳤다. CSKA의 도움으로 16강행이 보이는 듯했다. 후반 35분쯤 CSKA가 에인트호벤 원정에서 선제골을 낚아내며 리드를 잡았다. CSKA가 이기면 맨유는 2위를 지킬 수 있었고, 맨유도 투혼을 발휘하며 힘을 냈다. 에인트호벤이 2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리며 승부의 균형을 맞추자, 맨유가 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자책골을 이끌어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맨유와 에인트호벤이 함께 비기면 맨유가 2위, 에인트호벤이 3위가 되는 상황. 그러나 후반 40분쯤 맨유는 실점, 에인트호벤은 득점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16강행 운명이 결정되고 말았다.
결국, '악전고투'를 거듭하던 맨유는 부상자들의 공백을 절감하며 추격 의지를 잃었다. 3명의 선수를 다 교체한 후반 막판 핵심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이 부상을 당해 백기를 들어야 했다.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뛰기 힘든' 스몰링을 어쩔 수 없이 공격 쪽에 배치했고, 맨유의 공격은 더욱 어지러운 분위기에 놓였다. 그리고 후반 40분 맨유는 코너킥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선수를 막기 힘든 스몰링의 구멍이 드러나며 나우두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사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맨유는 여러 가지 면에서 강했다. 특히, 로테이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리그와 컵대회, 챔피언스리그 등에 힘을 잘 분산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떠난 이후 맨유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영입한 선수들도 기대에 못 미치며 힘을 잃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극심한 득점력 빈곤'을 보인 끝에 탈락이라는 상처를 안게 됐다. 게다 과거 맨유의 에이스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같은 시간에 열린 말뫼와 경기에서 4골을 작렬했다. 호날두가 조별리그에서 11골을 작렬했고, 맨유 팀 전체가 7골에 그쳤다.
왠지 맨유에게 '유로파리그'라는 무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지금 기분이라면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찢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냉정하게 볼 때, 현재 맨유의 팀 상태와 경기력은 챔피언들이 벌이는 무대인 '챔스'에 전혀 못 미친다. 씁쓸하겠지만 현주소를 되짚고 유로파리그 여정을 준비해야만 하는 '부상병동' 맨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