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친정팀 말뫼를 울린 즐라탄의 '태권도 도움'(영상)

승리의 즐라탄. 파리 생제르맹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16일 열린 말뫼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추가골을 어시스트 했다. /파리 생제르맹 홈페이지 캡처

역시 즐라탄! '환상 도움' 작렬

'즐라탄 더비'에서 즐라탄이 '클래스'를 증명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출중한 기량을 바탕으로 맹활약을 펼쳤고, 결정적인 패스로 도움을 올리며 파리 생제르맹의 승리를 이끌었다. 즐라탄의 '태권도 도움'이 그의 친정팀 말뫼를 울렸다.

16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 열린 파리 생제르맹과 말뫼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1차전. 경기 전부터 '즐라탄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파리 생제르맹의 간판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이하 즐라탄)가 프로로 데뷔한 친정팀이 바로 '스웨덴 챔피언' 말뫼였기 때문이다. 즐라탄이 유로 2016 예선에서 부상을 입어 출전이 불투명해 '즐라탄 더비' 성사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고, 결국 즐라탄이 선발로 출전하면서 축구팬들의 기대를 부풀렸다.

부상 여파 탓인지 즐라탄의 몸 상태는 100%가 아니었다. 특유의 과감한 슈팅과 개인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즐라탄은 즐라탄이었다. 상대 수비 뒤 공간을 날카롭게 파고들면서 파리 생제르맹의 공격 에너지를 끌어올렸고, 폭넓게 움직이면서 동료들에게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어줬다.

즐라탄은 후반 중반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16분 공격 상황에서 절묘한 패스로 에딘손 카바니의 추가골을 배달했다. 좌측에서 막스웰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자 즐라탄이 중앙으로 파고들며 뒤쪽의 카바니에게 패스를 건넸고, 카바니가 강력한 헤딩으로 말뫼의 골 네트를 갈랐다. 1-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파리 생제르맹은 이 골로 확실히 승기를 잡았고, 그대로 2-0으로 승리했다.

즐라탄 태권도 도움! 즐라탄이 놀라운 묘기 패스로 카바니의 추가골을 도왔다. /스포티비 영상화면 캡처

매우 빠르게 진행된 추가골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즐라탄의 '클래스'가 확실히 느껴진다. 즐라탄은 문전 쇄도 중에 앞쪽으로 빠른 크로스가 날아들자 슈팅이 아닌 패스를 선택했다. 몸의 중심이 앞쪽에 쏠려 있고 슈팅 타이밍이 정확히 잡히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뒤의 카바니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몸을 뒤로 살짝 젖히며 오른발로 공을 살짝 띄운 '묘기 패스'였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황선홍이 유상철의 동점골을 도왔던 것과 비슷한 플레이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즐라탄이 태권도 유단자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경기 중 곧잘 태권도 킥을 연상하게 만드는 멋진 킥으로 축구팬들을 놀라게 한다. 이번 도움 역시 '태권도 유단자'의 유연한 킥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태권도 도움'으로 친정팀 말뫼를 울린 즐라탄이다.

즐라탄은 후반 30분 교체 아웃됐다. 즐라탄이 퇴장하는 순간, 파르크 데 프랭스는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홈 팬뿐만 아니라 말뫼의 원정 팬들 역시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 전 "즐라탄이 나오든 안 나오든 우리 플레이만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자신감을 비쳤던 말뫼의 노르웨이 출신 아게 아레이드 감독 역시 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즐라탄은 즐라탄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산뜻한 출발! 파리 생제르맹이 말뫼를 2-0으로 꺾으며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를 기분 좋게 출발했다. /유럽축구연맹 홈페이지

파리 생제르맹은 즐라탄의 존재감을 중심으로 앙헬 디 마리아와 카바니의 연속골로 말뫼를 꺾었다. 올 시즌 새롭게 가세한 디 마리아가 드디어 골맛을 봤고, 카바니가 무서운 골폭풍을 이어가면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최근 3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좌절감을 맛봤던 파리 생제르맹이 새롭게 목표로 삼은 '빅 이어 사냥'의 첫 단추를 잘 뀄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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