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을 뜨겁게 달군 이종호!
이종호(23·전남)과 잠재력을 폭발하며 '광양 우물'에서 벗어났다.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승선해 A 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터뜨리더니 유럽 축구에서나 볼법한 바이시클킥까지 작렬하며 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의 믿음에 200% 보답했다.
한국은 9일 중국 우한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최종전 북한과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90분 내내 경기를 주도하며 20개가 넘는 슈팅을 때렸으나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며 골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치러진 중국(승점 4)과 일본(승점2)이 승부를 가리지 못하며 한국은 1승 2무(승점 5)로 참가국 유일의 무패 행진으로 지난 2008년 이후 7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유럽파가 빠진 채 동아시안컵에 나선 슈틸리케호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이재성(23·전북)의 재발견과 더불어 이종호의 맹활약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종호는 유럽파가 자리를 비운 사이 생애 첫 대표팀에 승선해 잠재력을 폭발하며 슈틸리케 감독을 비롯해 5000만 국민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했다. 이번 대회 2경기에 선발 출장해 대표팀 데뷔골을 터뜨리는 동시에 최전방을 휘젓고 다니며 '광양 루니'에서 '슈틸리케 이종호'로 거듭났다.
이종호는 지난 2일 중국전(2-0 승)에서 골 맛을 보며 화려한 A 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원톱' 이정협 뒤에 김승대(24·포항)-이재성과 함께 2선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후반 43분 정우영(26·비셀 고베)과 교체되기 전까지 88분 그라운드를 누비며 중국 수비진을 괴롭혔다. 특히, 1-0으로 앞선 후반 13분 승부에 쐐기를 박은 추가골을 터뜨리며 상대 추격 의지를 제대로 꺾었다. 이날 한국 공격진 가운데 가장 가벼운 몸놀림을 보인 것도 바로 이종호였다.
5일 일본전과 2차전에서 벤치를 지킨 이종호는 9일 북한과 최종전에 다시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1차전과 마찬가지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해 65분 동안 쉴 새 없이 상대 진영을 휘저었다. 특유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공격력은 여전했고, 과감한 중거리 슈팅은 상대 수비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했으나 한국 공격수 가운데 존재감은 '으뜸'이었다.
하이라이트는 전반 40분이었다. 연이은 슈팅으로 예열을 마친 이종호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바이시클킥을 작렬했다. 상대 수비가 이재성의 크로스를 저지하지 공을 쫓아가 골대와 수비수 2명을 등지고 그대로 바이시클킥으로 연결했다. 북한 수비진 몸에 맞으며 골문으로 향하진 않았으나 순발력과 과감한 플레이는 자신의 별명인 '웨인 루니(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이후 이종호는 후반 20분 정우영과 교체될 때까지 끊임 없이 상대 골문은 위협하며 제 몫을 다했다.
각급 연령대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광양 루니'란 애칭까지 얻었던 이종호. 소속팀 전남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성인 무대에 안착한 그는 지난해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성인 대표팀에 승선해 골 맛까지 봤다. 대회 다득점엔 실패했으나 '광양'을 벗어나 전 국민에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증명했다.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