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뷰] 구단보다 오래된 역사, '700경기 출전' 김병지

700경기 대기록 눈앞 김병지는 26일 제주전에 뛰면 K리그 개인 통산 7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병지가 걸어온 길

'꽁지머리' 김병지(45·전남 드래곤즈)가 K리그 최초로 개인 통산 700경기 출장이라는 위업 달성을 눈앞에 뒀다. 꾸준히 현역 생활을 이어 온 그는 이제 자기 관리의 표본이다. 24년간 체중을 조절하고 술, 담배를 멀리한 노력의 결과는 맺어진다. 현재 몸담은 전남의 창단 연도(1994년)보다 2년 앞선 1992년부터 프로축구 현장을 누빈 김병지는 24년 만에 사그라지지 않을 산 역사의 주인공이 될 준비를 마쳤다.

김병지는 26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리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 출격할 전망이다. 현재 K리그 통산 699경기 출전 3득점 745실점을 기록한 김병지는 이날 출격하면 대망의 700경기 고지를 밟는다. 1992년 현대 호랑이(현 울산 현대)에 입단한 지 24년 만에 거둔 성과다. 700경기는 매년 30경기씩 꼬박 23년을 뛰어야 가능한 대기록이다. 김병지의 꾸준한 플레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병지는 지난 2012년 경남FC 소속으로 K리그 통산 600경기에 나서며 이미 전설이 됐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3년을 더 달려 출전 횟수를 100경기 더 늘렸다. 역대 K리그 개인 통산 출전 기록 순위에서 김병지는 단연 독보적인 1위다. 2위 최은성(44·532경기), 3위 김기동(44·501경기) 등을 크게 앞서고 있다. 뒤를 잇는 선수들이 대부분 은퇴해 당분간 이 기록은 깨질 확률이 높지 않다. 현역 선수론 이동국(36·전북 현대)이 398경기에 나서 김병지와 300경기 넘는 차이를 보인다. 김병지의 기록이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는지는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김병지가 걸어온 길 김병지가 700경기 출전을 앞두고 있다. / 그래픽 = 손해리 기자 arulhr@tf.co.kr

'축구선수' 김병지가 걸어온 길은 처음엔 순탄치 않았다. 1989년 알로이시오전자기계고 졸업 후 김병지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직장인 팀인 LG산전(현 LS산전)에 들어가 축구와 용접을 병행했다. 프로의 꿈을 버리지 않은 그는 이후 1990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며 선수 생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이후 1992년 프로축구 드래프트 추가 지명으로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에 발을 들였다.

1992년 9월 2일 열린 아디다스컵 유공(현 제주)전은 김병지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날 김병지는 주전이자 우상이었던 최인영(53) 대신 선발 그라운드를 누비며 감격스러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이 경기 이후 본격적으로 최인영과 경쟁 체제에 돌입한 김병지는 막판 주전을 꿰차며 자기 이름을 알렸다. 1996년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끈 김병지는 이후 1998년 10월 24일 열린 K리그 포항과 K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1로 맞선 후반 46분 헤딩골을 터뜨리며 K리그 골키퍼 역대 최초 득점자가 됐다.

울산에서 2000년까지 223경기를 뛴 김병지는 2001년 골키퍼 최고 이적료를 받고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해 2005년까지 387경기에 나섰다. 2006년부터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471경기에 뛴 뒤 2009년 경남으로 이적했다. 김병지는 2009년 11월 1일 열린 K리그 전북전에서 K리그 최초 500경기 출장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뒤 2012년 10월 7일엔 600경기 고지를 밟았다. 이후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경남에서 605경기를 채운 뒤 2013년 전남 유니폼을 입고 지금까지 계속 달리고 있다.

700경기를 기념하며 김병지가 지난 17일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등번호 700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고 있다. / 안산와스타디움 = 최용민 기자

20년 넘게 골문을 지킨 김병지는 K리그 최다 출장 외에도 각종 기록을 가지고 있다. 총 228번의 역대 K리그 통산 무실점 경기를 기록하며 2위 최은성(152경기)에게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은 물론 지난해 11월 15일 열린 부산 아이파크전에 나서며 신의손(55·당시 44년 7개월 6일)을 제치고 K리그 통산 최고령 출전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또 FC서울에서 뛰던 2004년 4월 3일부터 2007년 10월 14일까지 153경기 동안 단 한 번도 교체 없이 전 경기 풀타임을 뛰며 역대 K리그 통산 연속경기 무교체 출전 기록을 세웠다. K리그 기록하면 왜 김병지인지 설명하고 있다.

K리그 산증인 김병지는 K리그 베스트 11 골키퍼 상을 4차례(1996, 1998, 2005, 2007) 받았고 K리그 우승 1회(1996), K리그 준우승 3회(1998, 2004, 2008)로 팀에 공헌했다. 프로 활약을 무기로 1995년 국가 대표에 발탁돼 1998 프랑스 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에 참가했고 A매치 61경기에 나섰다. 특히 1무 2패에 그친 프랑스 월드컵 당시 주전 수문장으로 대표팀 골문을 지키며 인상적인 선방을 펼쳤다.

700경기 달성에 1경기를 남겼으나 김병지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앞으로 777경기, 800경기 출장을 꿈꾸고 있다. 그대로 멈출 생각이 없다. 이 마흔여섯 백전노장의 기록은 계속 추가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기록의 수만큼이나 24년간 그가 흘린 피와 땀의 가치는 더 분명히 빛날 것이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