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부흥의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오랜 진통 끝에 한국 프로축구가 부활의 터 다지기를 마치고 희망을 2015시즌을 치르고 있다. 보여주기 식 관중 집계를 철폐하고 실 관중 측정으로 마케팅의 기본을 다지는가 하면 1, 2부리그 승강제 정착으로 활력을 불어넣으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 리그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올해부터는 프로축구 중계를 외면했던 지상파 방송사가 K리그 중계 편성에 나섰다. 겨우내 얼었던 계곡의 물이 흐르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싹이 움트듯 소외된 K리그에도 희망의 속살이 돋아나고 있다. <더팩트>는 약동하는 K리그 현장을 찾아 연간 기획 시리즈로 '희망! K리그'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1986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 서울 올림픽의 메인 스타디움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국내 스포츠의 성지와 같다. 6만9950석에 최대 1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웅장한 크기는 이곳이 과거 한국 스포츠 역사가 쓰이던 곳임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건립되기 전 축구 국가 대표팀의 A매치가 대부분 이 곳에서 열렸고 팬들에게 많은 추억을 안긴 곳이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에는 비록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밀렸지만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 앞에 당당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K리그 챌린지 무대에 뛰어든 서울 이랜드의 홈 구장으로 탈바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이랜드 홈 구장 '잠실벌'은 변하고 있는 K리그 경기장 환경의 대표 주자다. 그라운드에서 멀리 떨어져 선수도 분간하기 어려운 좌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변석을 피치 앞까지 설치했다. 전용구장처럼 가시거리를 확보한 것이다. 지난달 리그 개막과 함께 큰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4~5층 높이의 시야에서 파라솔 의자에 앉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스탠딩 라운지석과 룸 형태의 관람 시설인 박스 스위트석을 갖추며 팬의 다양한 관람 욕구를 충족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이랜드 구단을 운영하는 이랜드 그룹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내세우며 여러 가지 면에서 '프로'답지 못한 K리그 챌린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더팩트'는 지난달 25일 서울 이랜드와 부천FC의 경기가 열린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을 찾아 이랜드의 팬 친화형 관중석 실태를 취재했다.
◆ 터치라인 불과 8m 앞…홈-원정석 공존 '동쪽 스탠드'
서울 이랜드는 7만 석에 이르는 경기장 좌석 대신 총 521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좌석을 설치했다. 이 가운데 4728석에 이르는 동쪽 메인스탠드 '이랜드 스탠드'는 기존 경기장 좌석과 같은 느낌이다. 조립식 스탠드(3054석)와 수납식 스탠드(1674석)의 이중 구조다. 경기장 터치라인으로부터 불과 8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보다 가깝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동쪽 면만이 일반적인 관중석 형태를 띠는 만큼 홈석과 원정석이 함께 공존한다는 점이다.
원정석은 메인 스탠드 북측 가장자리에 있다. 이날 열린 경기에서도 서울 이랜드 팬의 환호 소리와 부천FC 서포터의 응원 구호가 한 곳에 울려 퍼지는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스탠드석에 있던 한 20대 서울 이랜드 팬은 "기존 관람석 형태가 이쪽뿐이라 나란히 있게 됐지만, 경기 관람하는 데 크게 상관없다"고 말했다. 입장권은 성인 1만 2000 원, 청소년 8000 원, 어린이 6000 원이다. 2부리그 구단 실정에 맞는 좌석 운영이다.
◆ 확 트인 시야-자유로운 분위기 '스탠딩 라운지'
기존 다른 경기장 느낌이 나는 동쪽과 달리 남쪽과 북쪽의 '스탠딩 라운지'는 완전한 차별화를 이뤘다. 남쪽의 '서울 라운지'(56석)와 북쪽의 'NC 패밀리존'(56석)은 이랜드 만의 자랑이다. 가격은 성인, 청소년, 어린이 등 나이와 상관없이 모두 2만 원이다. 박스 스위트석 위층에 있는 좌석으로 기존 경기장에서 누릴 수 없는 확 트인 시야가 장점이다. 파라솔 의자 형태로 돼 있는데 앉아있기보다는 앞쪽으로 나와 서서 경기를 관람하는 이가 더 눈에 띈다.
의자와 테이블 공간이 다소 작아 불편해하는 목소리도 있다. NC 패밀리존에서 가족과 경기를 관람하던 40대 한 관중은 "좌석 높이는 괜찮은데 의자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면서 "포항 스틸야드처럼 좀 더 가깝게 난간에 기댈 수 있는 좌석도 괜찮을 거 같다"고 말했다. 직접 올라간 스탠딩 라운지는 그간 축구장에서 볼 수 없던 시야를 제공했다. 좀 더 가까이서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선 계속 서 있어야 했으나 당연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 안락한 분위기-골라인 불과 10m '박스 스위트'
박스 스위트 '서울 스위트'(160석)는 룸 형태로 된 좌석이다. '서울 라운지'와 'NC 패밀리존'이 바로 위에 자리했다. 총 16개 박스 스위트가 팬을 맞고 있다. 서울 이랜드 관계자는 "8명(최대 10명)씩 들어갈 수 있는 8개룸이 양쪽에 나란히 있다. 일반 동쪽 스탠드와 비슷한 정도의 판매 추이를 보인다. 가격은 35만 원"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로 매진을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박스 스위트는 골라인과 불과 10m 떨어져 있다. 경기 도중 선수가 때린 슈팅이 박스 스위트 창문에 맞고 나올 정도로 접근성을 자랑했다. 이밖에 서쪽 프리미엄 존(216석)은 VIP나 미디어, 경기 관계자 좌석과 일반 관중 프리미엄석이 함께 운영된다. 테이블석으로 그라운드와 동일 선상에 자리해 경기 도중 선수들이 한 마디까지 기억할 수 있는 시야를 갖췄다. 따로 제공하는 음식은 없고 성인, 청소년, 어린이 모두 3만 원에 관람할 수 있다. 여러 기호에 맞춘 서울 이랜드 만에 좌석이다. 장점은 물론 단점도 눈에 띄었으나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더팩트|잠실종합운동장 = 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