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리그 일정에 심각한 영향 미칠 수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카타르 월드컵 겨울 개최에 유럽클럽협회(ECA), 유럽프로축구연맹(EPFL) 등이 반발하는 가운데 일본의 J리그 역시 우려의 목소리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의 스포츠 매체인 '스포츠닛폰'은 '19일 나온 FIFA의 카타르 월드컵 11~12월 개최 결정에 일본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리그가 장기 중단 및 대폭적인 일정 변경을 강요당하게 됐다'고 21일 보도했다.
'스포츠닛폰'의 보도처럼 FIFA는 지난 1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사회를 열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11~12월에 개최하고 결승전은 12월 18일에 할 것이라고 결정했다. 2018년에 열릴 러시아 대회를 포함해 월드컵은 5~7월에 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6~7월의 최고 기온이 40도에 이르는 카타르의 더위를 피하기 위한 변경이라는 것이 FIFA 측이 밝힌 이유지만 유럽 각국고 일본은 이 결정 때문에 리그를 장기간 중단하거나 아니면 일정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FIFA의 이런 결정에 일본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각국 대표 선수들이 대체로 월드컵 개막 2주 전에 소집되기 때문에 현재대로 봄에 개막한다면 J리그를 11월 초에는 끝낼 필요가 있고, 일정을 대폭 앞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J리그가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추춘제'(기사 하단 설명 참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돼 1~2월 동계 기간 중단될 경우 월드컵을 전후로 최장 4개월의 공백 기간이 생기게 된다.
히로시마 산프레체의 오리다 히데카즈 사장은 "만일 개막이 당겨지면 추운 시기이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도 있고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는 것도 힘들어진다"고 말한 뒤, "간격을 두어 수요일 경기를 늘릴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힘들게 될 것"이라며 특정 기간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일정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J리그의 무라이 위원장도 "11~12월에 월드컵과 리그 일정이 몰린다면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렵게 된다"고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위와 2022년 2월 동계 올림픽을 피하기 위한 11~12월 개최 안에 일본 외에 이미 유럽 각국의 불만이 속출한 상황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테바스 회장은 "이번 FIFA의 결정은 유럽 각 리그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실망감을 표명했다. 월드컵 겨울 개최에 따른 리그의 장기 중단은 텔레비전 중계권료 등 수입에도 민감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그 관계자는 "FIFA와 전쟁도 고려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FIFA는 20일, 2018년 대회와 2022년 대회에 선수를 차출하는 클럽에 대해 각각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의 3배에 이르는 2억 900만 달러(약 2353억 9670만 원)의 수익 분배를 표명했지만 각국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기후와 시설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개최가 힘든 카타르가 월드컵 유치를 위해 FIFA 측에 로비를 했다는 비리 의혹이 있는 가운데 2022년 월드컵의 카타르 개최를 억지로, 그리고 서둘러 진행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축구리그 라인하르트 라우발 회장은 "카타르 대회의 결정 자체가 중대한 과실이며 앞으로도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FIFA를 강하게 비판했다.
※ 추춘제란
축구 리그의 스케줄은 춘추(春秋)제와 추춘(秋春)제로 나눠진다. K리그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봄에 일정을 시작해 늦가을에 마무리하는 춘추제를 시행한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피하기 위해서다.
반면 유럽과 남미는 오래 전부터 추춘제를 시행해 왔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등 유럽의 주요 리그는 늦여름인 8월 중, 하순에 시작해 봄기운이 완연한 5월에 마무리된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북중미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동아시아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추춘제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시기적으로 경기력이 무르익는 겨울이 리그의 피크다. 유럽클럽협회(ECA)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겨울 개최에 강력한 반대 의사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팩트ㅣ박상혁 기자 jump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