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역주행 대신 정주행' 설기현이 밝힌 '깜짝 은퇴'의 변

설기현 은퇴 설기현(가운데)이 4일 열린 은퇴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리에 앉았다. / 축구회관(신문로) = 김광연 기자

'코치보단 감독되고 싶어' 설기현, 정주행 택했다

"갑작스러운 기회, 원하는 축구 위해 코치보단 감독이 돼야 했다."

갑작스러운 현역 은퇴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 '설바우도' 설기현(36)은 재치 있는 농담을 섞어가며 은퇴의 변을 밝혔다. 주위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며 떠나는 심정을 털어놨다. 현역 시절 역주행 논란을 낳은 그지만 떠나는 이유를 밝히는 은퇴식에선 정주행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코치보다 감독으로 시작해 자신이 꿈꾸는 축구를 펼치겠다는 원래 꿈을 강조했다.

설기현은 4일 서울 신문로의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은퇴식 기자회견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들어선 설기현은 준비한 은퇴 소감문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왜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은퇴하는가'였다. 설기현은 조심스러운 듯 다소 모호하게 말했다.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은퇴하는 건 아니다. 지도자를 항상 꿈꾸면서 어느 시점에서 은퇴할지 고민했다. 좋은 기회가 갑작스럽게 찾아왔고 갑자기 결정하게 됐다. 유럽 생활을 하며 많은 지도자를 경험했고 배웠던 것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를 생각한 시점에 성균관대에서 감독 대행 자리를 제의했고 미련없이 유니폼을 벗었다는 설명이다.

설기현 은퇴 설기현이 지난 2006년 5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경기 전 국가를 듣고 있다. / 더팩트 DB

'코치' 대신 '감독'을 꿈꾼 이유에 대해서 설기현은 차분한 목소리로 "제가 하고 싶은 축구가 있다. 저만의 축구 철학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감독으로 시작해야 했다. 제가 감독을 할 수 있는 팀을 생각해보니 대학 축구부였다. 코치로 시작한다면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축구를 할 수 있을까'라고 매번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가 아니라 직접 감독 자리를 경험해 제자들을 길러내겠다는 생각이다. 또 설기현은 "유럽에 10년 있어서 연수는 굳이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현역 시절 다양한 감독을 만나면서 외국인이라고 또 프리미어리그에 있다고 다 훌륭하지 않다. 제가 가진 경험을 제대로 쓰려면 감독이 돼야 했다. 지금 제 수준에 가장 적합한 팀은 생각했고 그것은 대학팀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좀처럼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주위의 계속된 질문에 설기현은 "제가 벌써 38살이다. 인천에 입단할 때부터 은퇴하겠다고 생각했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왔다고 느꼈고 은퇴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떨어졌을 때 해야 된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에 김도훈 감독님 훈련이 참 힘들더라"는 특유의 농담을 날리며 웃음을 유발했다. 쉽게 오지 않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팀과 관계자도 말리지 않았다. 설기현의 선택은 하나였다. 설기현은 "물론 갑작스러운 결정이고 논란이 되지만 저나 저를 잘 아는 주위 분들은 이해한다"고 말하며 은퇴에 있어 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역주행 논란 설기현이 역주행 논란을 낳은 지난 2006년 5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 더팩트 DB

국가 대표와 유럽파로 이름을 날린 설기현은 지난 2006년 이른바 '역주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06년 5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상대 진영이 아닌 한국 진영으로 계속 드리블 하는 일명 '역주행 드리블'을 펼쳤다. 팬들에 한국 골대로 드리블하는 설기현의 플레이는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선 '역주행'은 찾아볼 수 없었다. 2000년 벨기에로 건너가 잉글리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를 거쳐 한국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며 역사를 새로 쓴 것처럼 감독으로서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설기현은 "유럽을 누비고 싶다"고 말하며 유럽에서 활약하는 지도자 생활을 그렸다. 조심스러웠던 현장, 정주행으로 은퇴의 변을 밝히며 화려했던 15년간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더팩트ㅣ축구회관(신문로) = 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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