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 현역 은퇴
'설바우도' 설기현(36·인천 유나이티드)이 현역 은퇴 이유로 갑작스러운 기회를 꼽았다.
설기현은 4일 서울 신문로의 대한축구협회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은퇴식 기자회견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은퇴식을 열며 속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헤쳤다. 2000년 혈혈단신 벨기에 프로 리그(1부리그) 로열 앤트워프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 15년 만이다. 특유의 접기 드리블을 주 무기로 한국 축구 주축으로 활약했던 설기현이다. 2002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극적인 동점골로 4강 신화의 디딤돌이 되기도 했다. 이제는 성균관대 축구부 감독 대행으로 지도자 생활을 펼친다.
설기현은 광운대 재학 시절 K리그 대신 유럽 중소리그를 택한 설기현은 잉글리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를 거쳐 한국인 선수로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는 역사를 썼다. 국가 대표로도 한일월드컵, 2006 독일 월드컵, 2000, 2004 아시안컵을 누비며 A매치 82경기 19골의 기록을 남겼다.
◆ "갑작스러운 기회가 은퇴 이유."
태극마크를 단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정몽구 대한축구협회장님을 비롯한 언론인 여러분, 축구 팬들께 감사하다. 특히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을 존중해준 김도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죄송하고 고맙다. 저의 갑작스러운 은퇴 결정과 대학 축구부 감독 부임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알고 있다. 지적은 달게 받겠다.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은퇴 사실에 대해서 저도 갑자기 결정하게 됐다. 선택은 갑작스럽게 하게 됐으나 지도자에 대한 고민은 항상 했다.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은퇴한 것은 아니다. 지도자를 항상 꿈꾸면서 어느 시점에서 은퇴할지 고민했다. 유럽 생활을 하며 많은 지도자를 경험했다. 그때 배웠던 것은 쓰고 싶었다. 주변에서 그간 이야기한 것이 지도자 할 때 항상 감독을 먼저 하겠다는 생각이다. 저만의 축구 철학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감독으로 시작해야 했다. 제가 감독을 할 수 있는 팀을 생각해보니 대학 축구부였다. 당연히 인천과 현역 생활을 하려고 했다. 지도자 기회가 갑자기 와서 갑자기 결정했다.
◆ "난 운이 좋은 선수였다."
15년간 축구 생활이 뇌리에 스친다. 저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10살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시골에서 재미로 축구를 시작하다가 중고등학교를 거쳤다. 운 좋게 16세 이하 대표팀에 들어갔다.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에 이런 기분이구나 느꼈다. 하지만 학창 시절 때 축구를 뛰어나게 잘하진 못했다. 팀 성적도 마찬가지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감독님이 새로 오셨다. 선수 장래희망을 조사하는데 그때 고민을 많이 했다.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태극마크라고 적었다. 광운대 4학년 때 대한축구협회 유망주 프로젝트로 항상 꿈꾸던 유럽에 진출했다. 이런 기회들이 많았고 운이 좋았다. 벨기에가 어디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다. 유럽에서 축구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건너갔다. 15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벨기에에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유럽파로서 생활을 시작했다. 항상 유럽을 꿈꿨지만 어떤 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는 없었다. 그땐 유럽파가 거의 없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알게 됐다. 영국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꿈꿨다. 쉽지 않았지만 꿈꾼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그때 기억도 많이 남는다.
◆ "실망한 인천 팬에 죄송하다."
K리그는 제 인생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멋진 경험이었고 유럽에서 10년간 다양한 축구를 경험했고 돌아왔다. 제가 유럽에서 경험한 것과 많이 달랐다. 지도자를 하기 위해서 좋은 경험이 됐다. K리그에 있으면서 유럽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좋은 팀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많은 분께 사랑받았다. 항상 저는 지지해주시는 분들 감사하다. 특히 저를 비롯한 4형제를 키워준 어머니께 감사하다. 아버지 없는 자식이란 소리 듣지 말라고 하셨다. 아내와 아들, 딸에게도 고맙다. 항상 저의 뒤에서 제가 잘하길 기도해준 팬클럽에 감사하다. 갑작스러운 은퇴로 실망한 인천 팬에게도 감사하다. 축구 선수 설기현은 없지만, 항상 지도자를 꿈꿨다. 지금 심정은 유럽에 처음 나갈 때와 같다. 지도자 인생을 펼치며 선수 때 이상으로 많은 것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동안 저를 지지해준 팬에 감사하다.
[더팩트ㅣ축구회관(신문로) = 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