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야야 투레 명성 따라붙다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는 질주다. 기성용(26·스완지 시티)이 리그 5호골을 작렬하며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무너뜨렸다.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공격력이 좋은 '미들라이커(미드필더 +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드높이며 우뚝 섰다. 리그 최고 미들라이커 야야 투레(32·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가 부럽지 않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투레가 맨유를 상대로 밟은 길을 고스란히 재현하며 '해결사 본능'을 발휘했다.
기성용은 22일(이하 한국 시각) 웨일스 웨스트글러모건 주 스완지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맨유와 홈 경기에 선발 출장해 0-1로 뒤진 전반 30분 감각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리그 5호골을 신고한 기성용은 지난해 8월 16일 열린 올 시즌 리그 1라운드 맨유와 원정 경기에서 전반 28분 선제골을 터뜨린 이후 또 다시 올 시즌 맨유와 리그 경기에서 골 맛을 봤다. 팀은 맨유에 모두 이기며 스윕의 역사를 만들었다. 기성용이 경기 주인공이 됐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치고 복귀한 이후 리그 3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는 엄청난 기세를 보이고 있다.
맨유 스윕골 멤버가 된 기성용은 투레와 '동급'이 됐다. 투레는 지난 시즌 맨유 스윕골의 주인공이 된 기억이 있다. 투레는 지난 2013년 9월 23일 열린 맨유와 2013~2014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홈 경기에서 2-0을 만드는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4-1 승리에 이바지했다. 이후 2014년 3월 26일 열린 리그 28라운드 맨유 원정에서 후반 45분 3-0 쐐기골을 넣으며 다시 승리를 안겼다. 기성용은 투레가 거둔 기록을 똑같이 달성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둘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이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성과다.
이날 득점으로 리그 5호골을 기록한 기성용은 리그 4골을 넣은 질피 시구르드손(26)을 제치고 올 시즌 팀 내 리그 최다 득점자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 리그 19경기 7골을 터뜨린 투레와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엔 힘에 부친다. 투레는 지난 시즌 리그에서 무려 20골(35경기)을 터뜨리며 엄청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투레는 공격수에 맞먹는 드리블 능력과 슈팅 감각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공격 자원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기성용이 투레과 정면 비교하기엔 앞으로 더 많은 성과가 있어야 한다.
기성용이 해를 거듭할수록 득점 감각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2009~2010시즌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유럽 생활을 시작한 기성용은 첫 시즌인 2009~2010시즌 리그 10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지만 이후 달라졌다. 2010~2011시즌 리그 3골로 적응한 뒤 2011~2012시즌 리그 6골로 자신의 선수 경력 가운데 한 시즌 최다골을 기록했다. 호쾌한 슈팅 감각으로 팀에 필요한 순간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스완지 시티로 이적해 리그에서 단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으나 2013~2014시즌 선덜랜드로 임대돼 리그 3골을 터뜨리며 잃어버린 득점 감각을 되찾았고 올 시즌 다시 폭발했다.
기성용의 현재 프리미어리거 가운데 유일한 맨유 스윕골의 주인공이었던 투레를 따라 역사를 만들었다. 투레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미들라이커 탄생을 예고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점점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에 이대로 멈출 수 없다. 기성용은 주 임무인 수비는 물론 번뜩이는 공격력을 제대로 내세우며 필요한 순간이 직접 경기를 해결하고 있다. '스완지 믿을맨' 기성용의 해결사 본능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 요소가 되고 있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