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김광연 기자] 긴장되는 순간, 첫 시도부터 미끄러지며 팀에 안 좋은 분위기를 끼쳤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승부차기에서 '1번 키커의 저주'가 펼쳐져 눈길을 끌고 있다.
2015 AFC 아시안컵 8강전 4경기가 각각 지난 22일과 23일에 나뉘어 열렸다. 4강 진출국이 모두 정해진 가운데 흥미로운 점은 3경기나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연장전에서 2골이 나온 한국-우즈베키스탄을 제외하고 2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가서야 승패가 갈렸다. 손에 땀에 쥐는 순간, 4팀의 1번 키커 가운데 3명이 '헛발질'하며 악몽 같은 하루를 경험했다.
가장 먼저 얼굴에 손을 감싼 이는 이란의 왼쪽 미드필더 에산 하지사피(25·세파한)다. 하지사피는 23일 열린 이라크전에서 3-3으로 연장까지 승부를 내지 못하자 이란의 승부차기 1번 키커로 나섰다. 자신 있게 공을 찼지만, 골문 위를 한참 벗어나는 실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찬스를 잡은 이라크도 마찬가지였다. 1번 키커 사드 압둘라메르(23·이르빌)는 오른쪽 구석을 노렸지만, 골대를 빗나갔다. 화끈한 승부는 8번 키커까지 가서야 이라크의 7-6 승리로 승패가 갈렸다.
23일 열린 일본과 아랍에미리트(이하 UAE)전도 승부차기 끝에 울고 웃었다. 일본의 선축으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혼다 게이스케(29·AC밀란)는 골문을 한참 벗어나는 실축으로 분위기를 떨어뜨렸다. 그간 정확한 킥 능력을 자랑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다. UAE 첫 번째 키커 오마르 압둘라흐만(24·알 아인)이 상대 허를 찌르는 파넨카킥으로 웃은 것과 대조됐다. 첫 키커에서 분위기를 내준 일본은 UAE에 무릎을 꿇으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승부차기는 흔히 가지고 있는 기량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빠르고 정확하게만 차면 성공할 가능성이 실패 확률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연장전까지 치르고 체력이 소진된 상황에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승부차기에 임해야 한다. 이번에 3차례 실패도 엄청난 부담을 안고 킥에 임한 선수들의 심리적인 상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할 수 있다.
토너먼트 4강을 앞둔 아시안컵이 승부차기 1번 키커의 저주라는 묘한 공식을 써내려가며 재미를 줬다. 앞으로 더 치열한 승부가 남아 있는 만큼 승부차기가 다시 등장할 확률은 충분하다. 1번 키커의 저주가 이후에도 나올 수 있을지 남은 아시안컵 일정을 바라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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