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또 하나의 '레블뢰(프랑스 대표팀 애칭) 스타'가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을 시작으로 '아트사커의 꼭짓점'을 도맡았던 다비드 트레제게(37)가 티에리 앙리(37)에 이어 은퇴를 선언했다. 이로써 '영혼의 투톱'은 팬들의 기억으로 남게 됐다.
'풋볼 이탈리아', '유로스포트', '클라린' 등 주요 외신들은 21일(한국 시각) '트레제게가 여전히 많은 구단에서 영입 제의를 받고 있지만, 현역에서 물러날 것을 결정했다'는 대리인의 말을 인용해 트레제게의 은퇴 소식을 알렸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선수생활을 마감한 앙리에 이어 트레제게까지 선수 생활을 마감하며 프랑스 축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투톱이 모두 그라운드를 떠나게 됐다.
앞서 은퇴 소식을 알린 앙리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골잡이였다. 지난 1994년 AS 모나코(프랑스) 유니폼을 입고 성인 무대에 등장했다. 유벤투스(이탈리아)를 거쳐 1999년 아스널(잉글랜드)에 입단한 앙리는 잉글랜드에서 8시즌 활약하며 174골(254경기)을 폭발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FC 바르셀로나(스페인)와 뉴욕 레드불스(미국)를 거쳤다. 지난 1997년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앙리는 2010년까지 123경기에 출전해 53골을 터뜨렸다.
1994년 아르헨티나 플라텐세에서 프로에 데뷔한 트레제게는 1년 뒤 AS 모나코로 이적하며 선수 생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5년 동안 93경기에 출전해 52골을 터뜨리며 '빅리그' 스카우트들의 표적이 됐다. 2000년에는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로 이적해 10시즌 동안 149골(245경기)을 작렬하며 황금기를 보냈다. 이후 에르쿨레스CF (스페인)-바니야스 SC (아랍에미리트)-리버 플라테 (아르헨티나)-올드 보이스 (아르헨티나)-FC 푸네 시티 (인도)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레불뢰 군단' 유니폼을 입고 71경기에 출전해 34골을 뽑아냈다. 특히 동갑내기 친구인 앙리와 함께 레블뢰 군단의 최전방을 책임지며 수많은 영광을 함께했다. 1997년 국제축구연맹(FIFA) 말레이시아 20세 이하 월드컵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등장한 '앙리-트레제게 투톱'은 1년 뒤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자국에서 열린 1998 월드컵에서 '우승'이란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2년 뒤 유로 2000에서도 5골을 합작하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트레제게는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에 극적인 골든골을 터뜨리며 대회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2002 한일월드컵과 유로 2004에서도 대표팀 공격진을 지키며 프랑스 축구를 이끌었다. 하지만 2006 독일월드컵을 기점으로 '영혼의 투톱'의 입지는 서서히 줄어들었다. 트레제게는 이탈리아와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실축하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레몽 도메네크(62) 전 감독과 불화를 겪으며 대표팀 호출을 받지 못했다. 유로 2008 최종 명단 승선에 실패하자 미련 없이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앙리는 트레제게 대표팀 은퇴 이후에도 도메네크-로랑 블랑(49)-디디에 데샹(46) 체제에서도 꾸준히 기용됐다. 특히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플레이오프 아일랜드와 경기에서 '신의 손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조국의 3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도왔다. 경기 후 무의식적으로 공을 건드렸다며 핸드볼 반칙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앙리는 2010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영혼의 투톱'의 말년은 사뭇 달랐다. 하지만 '아트 사커'의 전성기를 이끈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앙리와 트레제게의 활약상은 세계 축구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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