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패스하겠다"…적막한 분위기로 끝난 2015 신인 드래프트

2015 프로축구 K리그 신인 선수 선발 드래프트가 열린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엔 적막한 기운이 감돌았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이준석 기자

[더팩트ㅣ서울월드컵경기장 = 이준석 기자] "패스하겠습니다."

축구장에서 나오는 소리다. 하지만 경기가 아닌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들렸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당연히 공을 주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과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구단 관계자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2015 프로축구 K리그 신인 선수 선발 드래프트가 열린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 어떤 선수를 뽑겠느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의 질문에 약속이라도 한듯 "패스하겠다"고 답변했다. 부담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1라운드에서 지명한 선수에겐 별도의 계약금 없이 5000만 원의 연봉(세금 포함)을 지급해야 한다.

사실 예견된 일이다. 이미 신생 구단인 서울 이랜드FC가 지난달 11일 우선 지명으로 11명의 알짜배기를 뽑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뽑을 선수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결정적인 이유다. 게다가 지난달 12일 자유 선발로 29명의 선수가 각 구단에 지명됐기 때문에 사실상 뽑힐 선수는 이미 둥지를 찾은 상황이다.

신인 선수 선발 드래프트 상황이 기록되는 스크린엔 선수들의 이름보다 공석을 뜻하는 -가 훨씬 많았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이준석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도 구단들이 많은 선수를 뽑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이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를 빛낼 미래의 유망주들을 주도면밀하게 살펴보시고 많은 선수를 뽑길 부탁드린다"고 말한 이유였다.

우려는 현실이었다. 1순위에서 11개 구단은 일제히 "패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1순위 가장 늦은 지명권을 가진 광주FC가 가장 먼저 뽑을 선수를 호명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된 이유였다. 광주가 1순위로 허재녕(22·아주대)을 뽑자 곳곳에선 "이제 뽑히는구나"라며 푸념 섞인 이야기가 들려왔다.

상황은 심각했다. "A를 지명하겠다"는 말보다 "패스하겠다"는 말이 현장을 감쌌다. 분위기도 적막했다. 행사의 사회를 맡은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의 "어떤 선수를 지명하시겠습니까"라는 말만 울려 퍼졌다. "패스하겠다"는 말이 계속해자 현장에선 "어디에 공이 있나? 패스하게"라는 농담 섞인 푸념이 들렸다.

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많은 선수가 뽑히진 않았다. / 서울월드컵경기장 = 이준석 기자

묘한 점은 순위가 지날수록 선수들의 이름을 호명하는 구단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유가 있다. 후순위에서 지명한 선수들에겐 그만큼 적은 연봉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2순위(4400만 원)와 3순위(3800만 원), 4순위(3200만 원), 5순위(2800만 원), 6순위(2400만 원), 번외·추가지명(2000만 원)의 연봉이 모두 다르게 책정됐다. 번외·추가지명에서 괜히 26명이나 뽑힌 게 아니다. 위험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결국 이날 신인 드래프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486명(우선 지명 제외)의 선수 가운데 48명이 뽑혔다. 확률은 9.8%였다. 10%가 넘지 않았다. 이날 지명되지 못한 선수는 번외 지명으로 다시 뽑힐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신인 드래프트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날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적막한 기운이 끊이질 않았다. 그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축구 관계자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얼음보다 차가운 드래프트 현장이었다.

nicedays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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