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열정-꼼꼼-애정' 슈틸리케호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4일 파주 NFC에서 열린 2014 KFA 기술컨퍼런스 & 축구과학회에서 현대 축구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덕목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파주 NFC = 이성노 기자

[더팩트ㅣ파주 NFC = 이성노 기자] 울리 슈틸리케(60)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강사'로 변신했다. 오랜 지도자 경험을 국내 지도자들에게 열정적으로 꼼꼼하게 전달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축구에 대한 열정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파주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파주 NFC)에서 열린 '2014 대한축구협회(KFA) 기술컨퍼런스 & 축구과학회'에서 '현대 축구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역량과 덕목'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파워 포인트와 동영상으로 26년간 쌓아온 지도자 경험을 보다 쉽게 설명했다. 강연 내내 열정이 넘쳤고, 국내 지도자들의 질문엔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한국 유소년 축구'를 여러 차례 언급하며 '한국 사랑'도 동시에 드러냈다.

슈틸리케 감독의 강연에 수많은 국내 지도자와 언론사가 현장을 찾았다.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슈틸리케 감독은 "누구를 가르치려고 온 게 아니다. 제가 1989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그동안 경험하고 느꼈던 것을 전달하려고 왔다"면서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대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 '훈련의 목적 및 특징', '지도자들이 범하기 쉬운 판단미스' 순서로 강연을 이어 갔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연하고 있다. 그는 지도자로서 자신만의 철학을 유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특히, "지도자로서 외부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만의 철학을 유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팀이 연승을 기록하고 있을 때 외부의 칭찬에 휩쓸리거나, 반대로 팀이 연패를 당했을 때 냉정하게 자신의 능력을 분석하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가의 대표팀 수장 자리는 전 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다. 잘하고 있으면 수많은 찬사가 쏟아지지만, 반대로 연패를 거듭하면 온갖 질타와 비판이 뒤따르는 법이다. 이것을 얼마나 이겨내고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유지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오대영(체코와 프랑스에게 연달아 0-5로 패하자 생긴 별명)'에서 '히동구(한국식 이름)'로 거듭난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좋은 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훈련의 목적 및 특징'을 설명할 때엔 부임 후 가졌던 경기 동영상으로 대표팀 훈련 과정을 공개했다. 선수들의 잘못된 부분과 잘된 부분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지적했고, 훈련으로 나아진 점도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에게 시각적으로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보여주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말로만 설명하면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대표팀 경기 영상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압박 축구'가 무엇인지도 직접 설명할 수 있는 기회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가졌던 대표팀 경기 동영상으로 훈련 과정 및 보완점을 보여주고 설명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어투로 강연을 펼친 슈틸리케 감독은 '한강의 기적'을 예로 들며 남다른 '애국심'을 보이기도 했다. "오늘날 한국은 IT산업이 크게 발전하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축구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뤘듯 축구에서도 이런 과정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역을 통해서 뜻을 전달했지만 '한강의 기적'이란 표현은 한국 사람이 아니면 쉽게 알 수 없는 단어이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단순히 축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문화와 정서까지 배우려는 노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20분에 시작해 30분간 진행될 계획이었던 슈틸리케 감독의 강연은 11시 넘어서도 계속됐다. 26년 지도자 경험을 최대한 공유하려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짧고 간략하게 형식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강연을 듣는 국내 지도자들 역시 슈틸리케 감독에게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현장에 자리한 국내 지도자들에게 연말 인사를 전하고 있다.

마지막까지도 국내 지도자들의 질문에 열의를 다해 답한 슈틸리케 감독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열정적으로 강연에 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마지막으로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여러분의 사전에 '패배'란 없길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열정 가득한 50분을 마감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했던 김학범 성남 FC 감독은 <더팩트> 취재진에게 "슈틸리케 감독이 정말 많은 준비를 한 것 같다.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막 첫걸음마를 뗀 슈틸리케호다. 지난 9월 부임 후 약 3개월 동안 유소년부터 K리그 챌린지, 클래식, 국외파 선수들을 관전하며 한국 축구에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 국내 지도자들 또한 슈틸리케 감독을 인정하며 한 식구로 받아들였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준 축구 그리고 한국에 대한 열정은 한국 축구 미래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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