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지난 1881년부터 시작된 '맨체스터 더비'는 서로를 '시끄러운 이웃'이라고 깎아내리며 133년 동안 이어졌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맞대결을 두고 하는 말이다. 두 팀은 잉글랜드 그레이터 맨체스터주의 맨체스터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서로가 '맨체스터 주인'을 자부하며 긴 시간 동안 치열하게 대립해왔다. 2일(이하 한국 시각) 역대 168번째 '맨체스터 더비'가 열린 가운데 맨유의 크리스 스몰링은 전반 39분 만에 옐로카드 2장을 받고 퇴장당해 팀 0-1 패배 원인을 제공했다. 이렇듯 라이벌전엔 '퇴장'이란 변수가 승패를 좌우하곤 한다. <더팩트>는 '맨체스터 더비'를 망친 최악의 퇴장 베스트 5를 모았다.
◆ 크리스 스몰링(맨유)
맨유의 중앙 수비수 스몰링은 이날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시즌 10라운드 올 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에서 전반을 마치기도 전에 2장의 옐로카드를 받고 쓸쓸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스몰링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인 맨유는 후반 18분 세르히오 아게로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패했다.
스몰링은 이날 마르코스 로호와 함께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장했다. 경기 초반부터 아게로와 헤수스 나바스의 맹공에 고전하더니 전반 31분 첫 번째 경고를 받았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플레이로 옐로카드를 자처했다. 맨시티 수문장 조 하트가 공을 들고 차려는 순간 몸으로 방해한 것이다. 상대의 빠른 공격을 차단하려 했지만,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이어 8분 뒤에는 상대 공격수를 완전히 놓치고 뒤늦게 발을 뻗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제임스 밀너의 돌파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태클로 차단하려 했지만, 타이밍이 좋지 못했다. 밀너는 이미 공을 차 놓은 상태였고, 스몰링의 발은 밀너의 애꿎은 발을 가격했다. 8분 사이에 평정심을 잃은 플레이로 팀 동료들에게 부담감을 안겼다.
◆ 뱅상 콤파니(맨시티)
2008년부터 맨시티의 중앙 수비를 책임져온 콤파니는 건장한 체구(191cm 89kg)를 앞세워 상대 공격수를 제압한다. '일장일단'이라고 했다. 탄탄한 피지컬로 세계 정상급 중앙 수비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순발력은 떨어진다. 순간 동작이 느리기 때문에 발 빠른 공격수를 자주 놓치는 결과를 보이곤 한다.
단적인 예가 지난 2012년 1월 8일 열린 2011~2012시즌 잉글리시 축구협회(FA)컵 3라운드(64강) 맨유와 라이벌전이었다. 당시 졸리온 레스콧과 함께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한 콤파니는 전반 12분 만에 레드카드를 받았다. 루이스 나니의 드리블 돌파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태클을 시도했고, 주심은 두 발바닥이 보인 '위험한 태클'이었다고 판단해 퇴장을 명령했다.
옐로카드 정도로 끝날 수 있었지만, 발바닥이 보일 정도로 과격한 태클인 것은 분명했다. 이날 맨시티는 '선장'을 잃은 배처럼 전반에만 3골을 내주고 끌려갔다. 쉽게 경기를 내줄 수 있었던 분위기에서 맨시티는 후반에 힘을 냈다.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와 아게로가 연속골을 터뜨렸지만 2-3 패배는 막지 못했다. 콤파니의 퇴장이 더없이 아쉬운 이유다.
◆ 조니 에반스(맨유)
맨유의 '만년 유망주' 조니 에반스에게 지난 2011년 10월 23일은 본인은 물론 팀에게도 '치욕의 날'로 기억되고 있다. 에반스는 2011~2012시즌 리그 9라운드 맨시티와 홈 경기에서 '나쁜 손'으로 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맨유는 경기 초반부터 맨시티의 맹공에 흔들렸다. 수차례 위기 속에서 전반 22분 마리오 발로텔리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0-1로 전반을 마쳤다. 절치부심한 맨유는 비장한 각오로 남은 45분을 맞이했지만, 후반 2분 만에 수적 열세에 놓였다.
에반스가 중앙선 부근에서 발로텔리의 돌파를 막지 못하고 손으로 상대 역습을 차단했다. 당시 주심을 맡은 마크 클라텐버그는 에반스의 반칙이 없었다면 충분히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판단해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힘빠진 맨유는 에반스의 퇴장 이후 발로텔리-아게로-에딘 제코-다비드 실바에게 연속골을 내주고 안방에서 1-6으로 참패했다.
◆ 베르나르도 코라디(맨시티)
이탈리아 공격수 베르나르도 코라디는 지난 2006년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무대에 입성했다. 당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매 시즌 10골을 기록하며 득점력을 인정받았던 스트라이커였다. 하지만 1년간 잉글랜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5경기에 출전해 단 3골에 그쳤을 뿐 아니라 맨체스터 더비에선 '다이빙 선수'라는 오명까지 썼다.
2006년 12월 9일 2006~2007시즌 첫 맨체스터 더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코라디는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로 퇴장당했다. 맨유에 1-3으로 뒤지고 있던 후반 45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에 코라디는 할리우드 액션으로 두 번째 경고를 받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나온 의미 없는 플레이였다.
당시 맨시티를 이끌었던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 역시 코라디의 슬라이딩 액션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우리 선수가 그렇게 나자빠진 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을 생각은 없다. 코라디에게 왜 그런 일을 했는지를 물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 것이다"고 말했다.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
세계적 '명문' 레알 마드리드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과거 맨유 시절 '맨체스터 더비'에서 퇴장의 굴욕을 맛봤다. 지난 2006년, 당시 21세 혈기왕성했던 호날두는 흥분을 참지 못하고 상대 선수에게 보복성 태클을 범했다.
2005~2006시즌 맨시티전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끌어 오르는 흥분을 참지 못했다. 팀이 0-2로 뒤지고 있던 후반 21분, 경기 내내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던 상대 공격수 앤디 콜을 향해 발바닥이 보이는 고의성 태클을 감행했다. 신체 접촉은 없었지만, 보복성 짙은 태클에 주심은 단번에 레드카드를 들어 올렸다.
당시 미드필더인 대런 플래처를 빼고 공격수 루이 사하를 투입해 반전을 꾀했던 맨유에 치명적인 퇴장이었다. 이날 맨유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치며 1-3으로 완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