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광연 기자] '록 열정에 버금가는 뜨거운 축구 열정!'
27일 사망한 신해철에 대해 축구팬들이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유달리 축구에 애정이 깊었던 그가 생전 만든 프로축구 구단 클럽송이 축구팬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신해철은 지난 2005년 FC 서울 최초의 클럽송 'We are FC Seoul'을 직접 불렀다. 이장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신인' 박주영을 앞세워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던 FC 서울에 걸맞은 경쾌한 '신해철 응원가'가 경기장에 울려퍼졌다. 신해철은 "공도 둥글고 세상도 둥그네, 최후의 순간까지 다 같이 가자, 흥겨움은 한때 마음을 모으며"란 가사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에게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주문했다. 거침없는 언변과 자기표현으로 시선을 끈 신해철이 자신이 만든 노래를 직접 부르며 축구를 향한 진한 애정을 보여주자 팬들은 크게 호응했다. 당시 이 노래는 휴대 전화 통화 연결음으로 서비스되기도 했다.
FC 서울의 한 관계자는 28일 <더팩트>와 전화 통화에서 "당시만 해도 서포터 노래는 있어도 축구 구단의 노래는 활성화되지 못했다. 구단 내부적으로 클럽 노래를 만들기로 하고 어떤 사람들이 좋아할지 고민하고 여러 차례 회의했다. 당시 신해철 씨가 높은 음악성에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면모를 가졌다고 판단해 최초의 클럽송을 부를 주인공으로 선정했고, 본인도 흔쾌히 수락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해철 씨가 만든 곡은 이전까지 FC서울 대표 음악이었다. 선수단 음악에도 들어간다. 인근 노래방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신해철의 축구 사랑은 방송이나 공식 행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신해철은 방송에 출연해 자주 축구와 관련한 발언으로 '축구 사랑'을 표현했다. 지난 3일 방영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나와 MC 김구라에 대해 "축구 선수로 치면 박지성이다. 언뜻 보기엔 독설하지만 스스로 망신을 자처하고 양보하는 팀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또 지난 6월 20일 열린 6집 '리부트 마이셀프' 앨범 발매를 앞두고 가진 쇼케이스에선 '넥스트 보컬은 신해철'이란 공식이 깨진 것을 두고 "축구로 보면 스트라이커와 섀도 스트라이커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6집 컴백에 대해 "선수로 뛰다가 감독으로 데뷔전을 치렀다"고 비유했고, 그룹 넥스트에 대해서도 "넥스트 유나이티드란 축구 팀 안에서는 다양한 포메이션이 존재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축구의 전술이나 선수, 포지션 등과 빗대 표현하는 빼어난 축구 지식을 보였다.
신해철의 사망 소식을 들은 축구팬들은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각종 축구 커뮤니티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FC 서울의 클럽송을 다시 들으며 슬픔에 잠겼다. 아이디 '뭘 해도 ***'은 "와... 노래 진짜 좋네요. 클럽 송 느낌보다 진짜 앨범 낸 노래 같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천*****'도 "아 너무 슬프네요. 나의 영웅"이라고 아쉬워했고 '주태**'은 "이 노래 들을 때마다 그리워할 거 같아요. 처음에 노래 부르러 오셨었는데"라고 고인과 추억을 되새겼다.
축구를 사랑했던 신해철은 27일 오후 향년 46세에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세상을 떠났다. 17일 장 협착증 수술을 받은 뒤 다음 날 퇴원했으나 계속 가슴과 복부 통증을 느껴 20일 새벽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으나 22일 밤 12시 병원에서 쓰러져 심장이 정지되는 등 생사를 놓고 사투를 벌였고, 27일 숨을 거뒀다.
[영상] 2005년 신해철이 직접 부른 'FC 서울 최초 클럽송' 듣기
fun3503@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