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성노 기자] '같은 듯 다른 출발!'
'아시아 축구 쌍두마차' 한국과 일본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부진을 씻고 외인 감독과 함께 새 출발을 알렸다. 나란히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겨냥해 수십억 원의 연봉과 4년이란 계약 조건을 내걸며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한국은 선수 시절 스페인 '명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최고 수비수로 활약했던 울리 슈틸리케(60·독일)에게, 일본은 멕시코를 이끌고 두 번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한 하비에르 아기레(55·멕시코)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슈틸리케 한국 감독은 10월 A매치 2연전에서 어느 정도 자신이 원하는 축구의 윤곽을 드러내며 5000만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반면, 아기레 일본 감독은 데뷔 후 4경기에서 잦은 전술 변화를 시도하며 선수들과 보이지 않은 갈등까지 보이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이후 발 빠르게 후임 감독 선임에 성공했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 슈티리케호 (2전 1승 1패)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5일 '독일 명장'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고, 추정 연봉은 약 30억 원이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지난 2007년 핌 베어벡(58·네덜란드) 감독 이후 7년 만에 외인 사령탑과 함께하게 됐다. 선수 시절 '철벽 수비'로 명성을 떨친 만큼 취임 후 '무실점 승리'를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또한 '경험'을 강조하며 기존의 젊은 선수들과 더불어 곽태휘, 차두리를 소집해 신구조화에 노력했다. 슈틸리케호는 2경기를 치른 가운데 1승 1패 3득점 3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섣부른 평가는 이르지만, 희망과 숙제를 동시에 떠안은 A매치 2연전이었다.
1. 한국 vs 파라과이 : 2-0 승
슈틸리케호는 지난 10일 천안에서 첫 항해를 시작했다. 선발 라인업은 4-2-3-1 전형을 기본으로 조영철이 원톱, 2선 공격수로는 왼쪽부터 김민우-남태희-이청용이 선발 출전했다. '주축' 손흥민과 이동국이 빠진 1.5군에 가까운 선발 엔트리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포백을 이룬 홍철-김기희-곽태휘-이용은 처음으로 손발을 맞췄지만, 안정된 수비와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기성용 역시 포백 앞에서 상대 1차 공격을 저지하는 동시에 공격 시발점 구실을 하며 제 몫을 다했다. 최전방에선 조영철-김민우-남태희-이청용이 '무한 스위칭'을 보이며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니며 2골을 합작했다. 전체적으로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최전방부터 활발한 압박을 펼치며 데뷔승을 따냈다.
이날 한국은 볼 점유율(60-40)은 물론 슈팅 수(13-8), 코너킥 수(4-3) 등 모든 면에서 파라과이를 압도했다. 상대가 생각만큼 강하진 않았지만, 유기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완벽한 공수조화를 보이며 거둔 '완승'이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이 경기 전 강조했던 '무실점 승리'였기에 단순히 데뷔전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2. 한국 vs 코스타리카 : 1-3 패
슈틸리케호는 코스타리카에 1-3으로 패하고 A매치 2연승에 실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승패 여부를 떠나 수비진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우리가 너무 점잖게 플레이한다. 수비는 1대 1에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상대 공격수보다 멀리 떨어져서 수비했다. 공격에서 압박하지 못한 것 아쉽다"며 소극적으로 수비에 나선 선수들이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4-2-3-1 전형으로 나왔다. 파라과이전 선발 멤버와 비교해 8명을 바꾸며 여러 선수를 시험했다. 이동국과 손흥민은 각각 최전방과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했다. 기성용은 중앙 수비수인 장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받았다. 포백은 박주호-김영권-김주영-차두리가 구성했고,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최정예 멤버로 월드컵 8강 팀을 상대했지만, 다시 한 번 세계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동국은 손흥민과 골을 합작했지만, 자주 고립되는 장면을 연출했다. 공격적으로 나선 기성용은 생각만큼 활약해주지 못하며 중원 장악에 실패했다. 시종일관 상대에 밀렸고, 설상가상 후반엔 수비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2점 차 패배를 받아들였다.
한국은 빠른 압박과 패스 게임으로 코스타리카를 상대했지만, 내실이 없었다. 볼 점유율(60-40), 슈팅 수(11-8), 프리킥 수(20-8) 등 수치상으론 상대를 압도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하며 연이어 실점했다. 공격수들 역시 예리하지 못한 슈팅을 때리며 패배를 자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A매치 2연전 후 "파라과이전에는 긍정적인 점이 있었고 코스타리카전에는 부정적인 점도 있었다. 우리가 좋은 팀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분명히 밝히고 싶은 것은 우리가 이번 경기에서 졌지만 패배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코스타리카에 졌지만 우리는 좋은 길을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지만, 밝은 미래가 기대된다.
◆ 아기레호 (4전 1승 1무 2패)
'사무라이 블루' 일본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직후 아기레 감독을 빠르게 선임했다. 역대 일본 사령탑 가운데 최고액인 2억 5000만 엔(약 24억 8000만 원)의 연봉을 쏟아 부으며 브라질에서 실추된 자존심 회복에 공을 들였다. 아기레 감독이 누구인가. 자국 멕시코를 이끌고 2002 한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명장이다. 매번 8강의 문턱은 넘지 못했으나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은 저력을 보여줘다. 아기레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유연한 전술 운영이 뛰어나고 강한 체력으로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추구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이름을 떨쳤다. 자연스럽게 브라질 월드컵까지 일본 중원을 지켰던 '노장' 엔도 야스히토와 하세베 마코토를 소집하지 않고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부임 이후 4경기를 치른 현재 다양한 전술 변화를 시험하고 있지만, 성적은 물론 경기 내용도 좋지 않다. 1승 1무 2패 3득점 8실점에 그치며 기대했던 '아기레 매직'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1. 일본 vs 우루과이 0-2 패
야심 차게 시작한 '아기레 재팬'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지난달 5일 우루과이를 안방으로 불렀으나 수비진에서 나온 연이은 실수가 실점으로 이어지며 0-2로 무릎을 꿇었다.
아기레 감독은 데뷔전에서 4-2-3-1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혼다 게이스케(AC 밀란), 오카자키 신지(마인츠), 호소가이 하지메(헤르타 베를린)가 중원을 꾸렸고, 나카토모 유키(인테르 밀란), 마야 요시다(사우스햄튼) 등 유럽파를 모두 소집해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아기레 감독은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를 이어갔다. 남미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홀딩 미드필더 호소가이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혼다를 주축으로 볼 점유율(56-44)을 높여가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하지만, 수비진에서 나온 실책이 패배로 이어졌다. 일본 포백은 전반 34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에디손 카바니에게 속수무책 당하며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반 20분 역시 상대 공격수를 쉽게 놓치며 추가골을 내주며 쉽게 무너졌다. 공격력은 어느 정도 합격점을 받았지만, 체력 저하와 집중력 부족을 보인 수비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2. 일본 vs 베네수엘라 : 2-2 무
아기레 감독은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던 베네수엘라전에서 공격력을 극대화한 4-3-1-2 카드를 들고 나왔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저돌적인 돌파가 장기인 오사코 유야와 가키타니 요이치로를 투톱으로 내세웠고, 혼다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배치해 다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기대만큼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최전방 세 명의 공격수는 전반 내내 멈추지 않고 공격에 전념했으나 골문을 열진 못했다. 아기레 감독은 후반 무토 요시노리를 투입해 보다 적극적인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후반 7분 무토가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했지만, 공수 균형이 무너지며 경기는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결국 후반에만 2골씩 주고받으며 2-2 무승부에 만족했다.
시험성이 짙은 전술 변화였지만, 공격력도 수비력도 많은 점수를 주기엔 부족한 경기였다.
3. 일본 vs 자메이카 : 1-0 승
아기레호가 첫 승을 올린 경기였다. 이날 역시 전형 변화는 계속됐다. 아기레 감독은 유럽 무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오카지키, 혼다, 가가와 신지를 동시에 투입해 4-3-3 포메이션으로 자메이카를 상대했다. 오카자키가 원톱으로 나선 가운데 혼다가 오른쪽 측면 공격수, 가가와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최상 조합'을 꾸렸다.
경기 초반부터 일본의 흐름이었다. 혼다와 가가와는 연달아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를 괴롭혔고, 전반 16분엔 혼다의 패스를 받은 시바사키가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갔다.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노스워시의 몸에 맞고 들어가 자책골을 얻어냈다.
순조롭게 경기를 시작한 일본은 이후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모두 21개의 슈팅을 때리며 추가골을 노렸지만, 골 결정력 한계를 드러내며 1-0으로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아기레 감독은 데뷔 후 첫 승리를 챙기긴 했지만, 유럽파를 총출동하고도 자책골 이외에 골을 터뜨리지 못하며 힘든 앞날을 예고했다.
4. 일본 vs 브라질 : 0-4 패
아기레 감독은 네 번째 경기에서 '삼바 군단' 브라질을 상대로 네이마르 다 실바에게만 네 골을 허용하고 0-4로 대패했다. 경기 내내 브라질에 끌려다녔고, 공수에서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다. 볼 점유율에서 40-60으로 밀렸고, 슈팅 수에서도 13-3으로 크게 뒤졌다.
이날 아기레호는 3-5-2 카드로 브라질과 맞섰다. 공격력이 강한 팀을 상대로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오가며 전술적인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낯선 전형에 선수들은 우왕좌왕했고, 수비도 공격도 어느 하나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교체선수 포함 모두 16명의 선수가 기용됐지만, 하나같이 무기력한 플레이로 패배를 바라봤다.
결국 아기레 감독은 잦은 전술 변화에 '주축' 혼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포지션에 대해)조금은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바꿀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반면 아기레 감독은 "경기가 진행될수록 우리는 무너졌다. 끝까지 싸우는 경기를 보고 싶었다"며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보이지 않은 갈등이 순탄치 않은 일본 축구 미래를 대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