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성남 탄천종합운동장 = 김광연 기자] 감독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던 성남 FC가 안정을 되찾았다. 중심엔 성남에 다시 돌아온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 있다. 확실한 체질 개선의 시작을 내보이며 '옛 영광' 재현을 꿈꿨다.
성남은 6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24라운드 인천과 홈 경기에서 전반 21분 황의조와 후반 1분 김동희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겼다. 리그 5승8무11패(승점 23)가 된 성남은 10위에서 9위로 순위를 한 계단 끌어올렸다. 한 경기지만 흐름을 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한판이다. 다시 돌아온 김 감독은 성남이 지난 7월 23일 열린 리그 17라운드 경남 FC 이후 지루하게 끌어오던 리그 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 부진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이뿐만 아니라 팀을 확실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 감독의 손을 거친 성남은 올 시즌 강등권에 허덕이던 나약한 성남이 아니었다. 46일 만에 홈 팬 앞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뚝 섰다.
경기 전 김 감독은 "다시 돌아온 것은 이재명 성남시장, 신문선 대표이사를 위해서도 아닌 축구를 사랑하는 성남시민을 위해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팬을 위해 돌아왔다고 말하면서 팬들을 위한 축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라커룸에서 만났을 때도 "성남의 몰락을 멀리서만 지켜볼 수 없었다. 자신이 있으니까 도전하는 거다. 1998년과 1999년 성남의 전신인 천안 일화 코치 시절 때도 리그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3년 만에 상위권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성남과 관계를 말하며 체질 개선을 외쳤다. 친정팀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다.
김 감독과 성남은 서로 잊을 수 없는 존재다. 김 감독은 1998~2004년까지 성남 FC의 전신인 성남 일화 수석코치로 일했다. 이후 2005년부터 차경복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아 팀을 2006시즌 K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이 성남에 있을 때 성남은 부흥기였고 그 역시 K리그 대표적인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서로는 극심한 부침을 겪었다. 김 감독은 2008년까지 성남 지휘봉을 잡았으나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됐고 2010년 중국 슈퍼리그 허난 전예와 2012년 강원 FC 감독을 거치면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성남도 일화가 운영에 손을 떼고 시민구단으로 전환하면서 평범한 팀이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팀의 어려운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애써 담담해했으나 "시간을 두고 팀을 이끌면 천천히 올라가게 돼 있다"고 힘줘 말하며 자신의 가진 역량으로 '명가'의 이름에 녹이 슨 성남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였다. 시작은 좋다. 일단 실력으로도 달라진 플레이를 보였다. 복귀전에서 완벽한 승리로 이를 잠재웠다. 확실한 전술과 뚜렷한 목표 의식으로 K리그 클래식 대표적인 명장으로 꼽혀온 명성은 여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6일 발표한 김 감독 부임을 놓고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축구 이외의 '힘'에 의해 축구단이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눈초리가 흐른다. 박종환 감독이 불명예 퇴진한 뒤 이상윤 감독 대행까지 경질된 이후 성남의 분위기를 최악이다. 김 감독도 잘 알고 있었다. "감독 자리는 한 마디로 혼돈이다. 위에서 저를 부른 것은 이러한 분위기를 수습해달라는 메시지다. 웃지 못할 상황에 벌어졌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조금씩 천천히 바꿔가겠다고 의지다. 또 "6년 만에 돌아왔지만, 사무실 시스템은 변할지 몰라도 축구단은 변하지 않았다"면서 적응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시작은 상쾌하다. 하지만 아직 거쳐야 할 관문이 많다. 명가의 위용이 사라진 상황에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성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이다. 현재의 성남을 최강의 면모를 뽐낸 옛 성남의 플레이로 바꿀 수 있을지 올 시즌 남은 하반기 성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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