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먹튀부터 우등생까지!' WC 본선 경험한 '인 K리거들'

전북의 중앙 수비수 알렉스 윌킨슨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 호주 국가 대표로 나섰다. 윌킨슨이 지난 3월 11일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멜버른과 경기 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더팩트ㅣ김광연 기자] 월드컵은 축구 선수에게 세계 최고의 무대다. K리그 외국인 선수 가운데서도 선수로서 최고의 순간을 경험한 이들이 있다. 알렉스 윌킨슨(30·전북) 이후로 월드컵 본선을 경험한 K리그 전·현직 외국인 선수에 대한 관심이 드높다.

코스타리카를 2014 브라질 월드컵 8강으로 이끈 크리스티안 볼라뇨스(30)가 지난 11일 자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아시아 무대로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볼라뇨스는 K리그 클래식 울산 입단설이 나오며 시선을 끌었다. 세계적인 선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스타'가 K리그에 온다는 소식에 많은 팬이 주목했다. 이미 K리그는 윌킨슨이 외국인 선수를 대표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 세 경기에 나서는 기염을 토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카메룬 국기를 가슴에 달고 뛰었던 미첼 펜시 빌롱(41·전 천안 일화) 이후 사상 두 번째 일이었다.

한국 축구사에서 외국인 선수가 K리그에 뛸 때 월드컵 본선에 나선 이는 미첼과 윌킨슨 말고 전혀 없다. 다만, 월드컵 본선을 경험하고 K리그 무대에 뛰어든 사례를 포함하면 그 수는 조금 늘어난다. 9명이 월드컵 본선 출전하고 K리그 무대에 뛰어들었다. 이 중에선 월드컵 경험을 한층 살려 기량을 뽐낸 '우등생'이 있는가 하면 '이름값'에 못 미치는 기량으로 구단 속을 썩게 한 '먹튀'도 존재했다.

루마니아 국가 대표 수비수로 1998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크리스티안 둘카는 1999년 K리그 포항에 입단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 포항 제공

가장 대표적인 월드컵 경력 외인 K리거는 터키 전 국가 대표 수비수 알파이 외잘란(41·전 인천 유나이티드)이다. 알파이는 2004년 인천의 창단 멤버로 한국 땅을 밟았다. 2002 한일 월드컵 본선에 주전으로 나서며 터키를 4강으로 이끌었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스턴 빌라에 몸담은 화려한 경력을 자랑했다. A매치만 87경기(4골)에 뛰었다. 그간 입증한 실력을 한국에서도 발휘할지 기대됐으나 구단과 불화를 빚으며 리그 단 8경기만 뛰고 J리그 우라와 레즈로 이적했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 FC 쾰른에서 은퇴했다.

구단에 실망만 안긴 이는 또 있다. 바로 루마니아 국가 대표 수비수 출신 크리스티안 둘카(41·전 포항 스틸러스)다. 지금은 외국인 선수 하나 없이 '토종 군단'으로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포항이지만 그가 한국에 온 1999년은 달랐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둘카에게 팀 수비를 맡길 요량으로 거액의 이적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둘카는 17경기 1골 2도움만 올리고 1년 만에 자국 팀으로 이적했다. 이후 31세이던 2003년 은퇴한 둘카는 현재 루마니아 리가 1(1부리그) 가즈 메탄 메디아스 감독을 맡고 있다.

슬로베니아 전 국가 대표 공격수 세바스티안 시미로티치(40·전 인천)은 '강호' 스페인과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37분 만회 골을 터뜨린 특급 조커였다. 2005년 여름 인천에 입단하며 탁월한 골 결정력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고작 리그 3경기 1골의 기록을 남기고 팀에 이적을 요구해 물의를 빚었다. 인천은 마음이 떠난 시미로티치를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리그로 임대하며 전력 외로 구분했다.

K리그 수원 블루윙즈에서 활약한 가브리엘 포페스쿠(왼쪽부터), 리웨이펑, 다카하라 나오히로는 K리그에서 뛰기 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 수원 제공, 더팩트 DB

반면, 월드컵 기량을 한국에서도 손수 입증한 선수도 있다. 가브리엘 포페스쿠(41·전 수원 블루윙즈, 등록명 가비)는 한일 월드컵 끝난 2002년 후반기 루츠(39·전 수원)와 맞트레이드 되며 '조국' 루마니아를 떠나 낯선 K리그 무대를 밟았다. '가비'란 등록명으로 뛴 포페스쿠는 세 시즌 동안 59경기 12골 4도움을 기록하며 수원 중원을 진두지휘했다. 수준급 패스와 활동량으로 팬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4년 김호 감독이 팀을 떠나고 차범근 감독이 부임하자 벤치에 머물며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 지바로 떠났다. 중국 대표로 한일 월드컵을 누빈 리웨이펑(36·톈진 테다)도 2009년 수원에 입단해 두 시즌 간 55경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그간 국제무대에서 보인 거친 이미지와 달리 K리그에선 탁월한 수비력으로 인상적인 발자취를 남겼다.

2006 독일 월드컵에 세르비아-몬테네그로(현 세르비아) 대표로 뛴 오그옌 코로만(36·전 인천)은 2009년 세르비아 '명문'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에서 인천으로 1년간 임대로 건너와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특기인 화려한 드리블 돌파로 팬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2006년 프리미어리그 포츠머스에서도 뛴 화려한 경력에 버금가는 활약을 뽐냈다. 한 시즌 뒤 레드스타로 복귀한 코로만은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크릴리야 소베토프 사마라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외에 한일 월드컵에 러시아 대표로 나선 안드레이 솔로마틴(39·전 성남)도 2년 뒤 성남 일화(현 성남 FC)에 등록명 '솔로'로 입단했으나 리그 4경기만 뛰고 한국을 떠났다.

일본인 월드컵 본선 경력자도 있다. 일본의 독일 월드컵 주전 공격수였던 다카하라 나오히로(35·SC 사가미하라)는 2010년 우라와 레즈를 떠나 수원으로 이적했다. 2010시즌 12경기 4골의 성적을 남겼다. 주전 미드필더로 일본의 한일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토다 가즈유키(37·전 경남 FC)는 2009년 경남에 입단해 리그 7경기를 뛰었다.

fun3503@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