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심재희 기자] '전차군단' 독일이 프랑스를 꺾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쉽지 않은 경기였지만 독일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전고를 울렸다.
팀 컨디션이 최악인 상황에서 프랑스를 맞이한 독일이었다. 16강전이 끝난 뒤 독감 증세로 7명의 선수가 몸에 이상을 느끼며 팀 전체가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요하킴 뢰브 감독은 '포메이션 4분화'로 승부수를 던졌다.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원톱에 배치하면서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했고, 필림 람을 라이트백으로 돌리면서 수비를 견고하게 다졌다. 16강전까지 기본으로 사용했던 '제로톱'이 아닌 '4-2-3-1 전술'로 프랑스와 맞섰다.
결과적으로 전형을 '4분화' 한 것이 주효했다. 독일은 경기장 전체를 좁히면서 프랑스를 압박했다. '수비-중원-공격'으로 나눴던 16강전까지의 밑그림에서 '수비-중원1-중원2-공격'으로 공간 활용을 더욱 세밀하게 했다. 람의 빠른 커버로 중앙 수비수들의 느린 발을 커버했고, 수비 상황에서는 '중원1-중원2'가 아래로, 공격을 할 때는 '중원1-공격'이 위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수적인 우세를 점했다.
승부의 마침표는 독일의 또 다른 강점인 세트 피스 공격에서 터져 나왔다. 전반 13분 토니 크로스의 프리킥을 마츠 후멜스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잡아냈다.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와 피지컬을 십분 활용한 헤더가 만들어낸 '독일산 작품'이었다. 프랑스의 역습에 다소 고전하던 흐름을 '세트 피스 골' 한방으로 단숨에 바꾸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에도 독일은 '포메이션 4분화'를 잘 유지하면서 리드를 지켰다. 물론 프랑스 진영에서 날아오는 긴 패스 한방에 수비 뒷공간이 열리며 위기를 여러 차례 맞이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비 조직력과 노련미가 빛났다. 중앙을 사수하면서 프랑스의 슈팅 각도를 잘 줄였고, 최후의 보루인 마누엘 노이어의 선방까지 이어지며 무실점 경기를 펼쳤다. 공격에서는 빠른 돌파와 간결한 패스를 고루 섞어가며 짜임새를 더했다.
이날 경기에서 독일은 5명의 선수가 10km 이상을 뛰었다. 특히 중원에 배치된 선수들이 엄청난 활동량을 보였다. 그 이유는 위에 언급한 '포메이션 4분화'를 위해 '1인 2역'을 소화했기 때문이다. 중원에 있다가 빠르게 수비에 합류하고, 중원에서 순간적으로 공격으로 침투하면서 '전차군단'에 윤활유를 칠했다. 마치 14명 이상이 경기에 나선 것처럼 독일은 에너지가 넘쳤다.
'포메이션 4분화'는 여러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멀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야 하고,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게 좋아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다. 수비하면서 공격하고, 공격하면서 수비하는 '1인 2역'을 소화하려면 '엄청난 체력'은 필수다. 몇 명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들이 지치지 않으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면서 프랑스를 잡아낸 독일이다.
경기 전까지 전망은 어두웠다. 프랑스가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고, 전체적인 컨디션 난조로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역시 그들은 '토너먼트의 황제'였다.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 '포메이션 4분화'를 완벽하게 이뤄내며 프랑스를 잡았다. '신형 전차군단' 독일의 쾌속질주가 준결승까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