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롯데 '형제의 난' 6년…'아버지' 신격호 유언장엔 "후계자 신동빈"

후계자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지목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롯데 형제의 난이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더팩트 DB

유언장 공개로 '형제의 난' 사실상 마무리…'롯데 원톱' 신격호 역할 이어받은 신동빈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 2015년부터 지속된 롯데 '형제의 난'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완승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기업 지배력과 관련한 주주총회(주총) 표대결에서 6번째 승리를 거머쥔 데 이어 후계자로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닌 동생 신동빈 회장을 지목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나오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자격 논란도 해소됐다.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은 신동빈 회장은 주주와 경영진의 신뢰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나가겠다는 각오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은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 서명해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사진은 지난 2011년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고향인 울산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를 방문한 신격호 명예회장. /롯데그룹 제공

◆ 공개된 신격호 자필 유언장 "롯데그룹 후계자는 신동빈"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사후에 롯데그룹(한국, 일본 및 그 외 지역)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고 적힌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최근 도쿄 사무실에서 발견했다. 해당 유언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이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 서명해 도쿄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올해 초 신격호 명예회장 타계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연됐던 사무실 및 유품 정리를 시행하던 중 발견됐다.

유언장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상속인들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됐다. 유언장에는 롯데그룹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유지도 담겼다. 신동빈 회장은 유언장을 본 후 "더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창업주의 뜻에 따라 그룹 발전과 롯데그룹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던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신격호 명예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날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이러한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특히 유언장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은 연구개발에 국한돼 참여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롯데 '형제의 난'이 끝났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일 롯데그룹 경영은 신동빈 체제 아래 흔들림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기에 유언장까지 나왔으니 더 이상 분쟁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기한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됐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나란히 이동하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 /남용희 기자

◆ 6번째 표대결서 신동빈 승리…한일 롯데 경영권 장악 완료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주총 표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을 제출했고, 이날 롯데홀딩스 주주와 경영진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주주제안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로서 롯데홀딩스의 기업지배구조 기능이 결여된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로잡기 위해 주주제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현재까지 총 6차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해임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롯데그룹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제안"이라며 명분을 내세웠지만, 거듭된 패배에 동력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주와 경영진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할만한 어떠한 계기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히려 신동빈 회장을 흔들기 위해 '프로젝트L'이라는 경영 자문 계약을 맺고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방해 등 회사에 해를 입혔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반면 신동빈 회장의 영향력은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특히 이날 주총을 통해 회장직에 이어 다음 달 1일부로 롯데홀딩스 사장 및 최고경영자(CEO)까지 맡게 됐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를 이끄는 단일 대표이사 사장이자 일본 롯데그룹 회장으로, 신격호 명예회장의 역할을 이어받아 수행하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향후 롯데홀딩스 이사회 의장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날 공개된 유언장과 관련해 법적인 의미에서 유언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 DB

◆ 신동주 "신동빈 해임 관련 소송 고려 중…유언장은 효력 없어"

이러한 상황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다툼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에 대해서는 "유언장 자체는 법률로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인 의미에서 유언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유언장은 2000년 3월 4일자로 기재됐다고 한다"며 "하지만 그 이후 2015년 신격호 명예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권이 해직돼 이사회 결의의 유효성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되는 사건도 발생하는 등 상황이 크게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언장은 최근 일자인 2016년 4월 촬영된 신격호 명예회장의 발언 내용(신동주 전 부회장을 후계자로 한다는)에 반한다"라고도 했다.

나아가 신동주 전 부회장은 유언장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유언장이 없다고 언론에 공표한 이후 5개월이 지난 시점에 롯데홀딩스가 지배하는 부지 내에서 유언장이 발견됐다는 점이 특이하다"며 "또 매달 내용물이 확인되는 금고에서 유언장이라는 새로운 내용물이 발견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신동주 전 부회장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주총에서 인정받지 못한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 안건을 들고 장외 싸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 이사 해임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일본 회사법 854조에 의거해 해당 사안에 대한 소송 진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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