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선택은 검찰 아닌 이재용…'불기소 의견' 향한 1차 관문 통과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11일 오후 열린 부의심의위원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넘기는 안건을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수사심의위로 넘어간 공…불기소 의견 판단 시 '부실·표적' 수사 비판 불가피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일반 시민들의 선택은 검찰이 아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다. 부의심의위원회(부의심의위) 회의를 통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이 내려지면서 기소 타당성을 외부 전문가에게 검증받기 위한 1차 관문을 넘은 것이다. 향후 수사심의위 판단에 따라 '불기소 의견'까지 나온다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부당하다는 이재용 부회장 측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11일 오후 부의심의위를 열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의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사원, 자영업자 등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10여 명의 시민위원들이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과 검찰이 제출한 A4용지 총 12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사건을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기소 여부 등을 판단 받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 측은 사건이 재판에 넘겨지기 전에 불기소 처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의 수사 과정을 심의하기 위한 제도인 수사심의위는 △수사 계속 여부 △기소·불기소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기소 또는 불기소된 사건의 적정성·적법성 등을 평가한다. 부의심의위 소집 요청서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하며, 수사심의위는 2주 안에 사건에 대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은 지난 2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추후 사법적 판단은 존중하되, 1년 6개월 이상 진행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에도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적법 절차에 따라 검찰이 아닌 외부 전문가들에게 기소 타당성 여부를 판단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검찰에서 제기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하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만약 수사심의위가 불기소 판단을 내리면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이재용 부회장 측 주장에 더욱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반대로 '적정하고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해왔다'며 수사심의위 소집 필요성을 부정했던 검찰은 타격을 입게 된다. 앞서 재계에서는 검찰이 장기간 수사에도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관행처럼 기소에 나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이러한 기소가 '유죄의 낙인'이 될 것을 염려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은 검찰시민위원회의 결정 직후 입장문을 통해 앞으로 열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이미 검찰은 한 차례 비판 여론에 시달린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것과 별개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스스로 수사심의위 제도를 무력화하려고 했다는 지적과 함께 강도 높은 수사에도 구속 필요성을 충분히 소명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여기에 수사심의위에서 불기소 판단까지 내려진다면 검찰은 큰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

물론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검찰에서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그동안 수사심의위 결정이 존중돼 왔다는 점에서 불기소 의견이 나올 경우 검찰의 부담감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향후 펼쳐질 수 있는 법정 공방에서 수사·기소 부당성 주장을 뒷받침할 '외부인의 판단'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과 검찰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놓고도 각각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법원이 범죄 혐의가 아닌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밝힌 대목을 강조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책임 유무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내용에 초점을 맞춰 기소 처분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은 이날 부의심의위 제출 의견서에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시민위원을 통해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이재용 부회장 측 의견에 더 설득력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은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에 따라 곧바로 관련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수사심의위는 부의심의위와 달리 변호인과 검찰 측이 출석하고, 의견 진술 외 질의 시간 등이 추가될 수 있다.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되는 심의위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 등이 준비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은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부의심의위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수사심의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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