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화학, 유통 사업 분야 불문 주요 기업 '휘청'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전 세계를 할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라나19) 여파가 국내 산업계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항공은 물론 화학과 이커머스 업계에 이르기까지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각 분야 주요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줄줄이 적자 전환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2분기까지 역성장 기조가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영실적(잠정실적 포함)을 발표한 기업들 가운데 제주항공과 롯데케미칼과 CJ CGV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올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가장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분야는 항공업계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지난 8일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65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손실은 1014억 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노선축소와 여행수요 급감을 꼽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대부분의 국제선이 막혀있는 데다 그에 따른 여객수요 급감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대형항공사를 포함해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한 제주항공이 시장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남은 항공사들의 실적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유·화학업계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86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29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1년 만에 무려 3838억 원이 줄어든 수치로 롯데케미칼이 분기 기준으로 적자 전환한 것은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무려 31분기만이다. 애초 시장에서 내다본 시장 전망치에도 턱없이 모자라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세계 경기둔화에 이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하락으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달 정유업계에서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정유사 에쓰오일의 경우 무려 1조7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조7752억 원, 5632억 원의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적자전환'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곳은 또 있다. CJ CGV는 올해 1분기 716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사상 첫 적자 전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900억 원 이상 뒷걸음질 쳤다.
CJ CGV의 실적 발목을 잡은 것 역시 코로나19다. 중국 사업의 경우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5.6% 줄어든 158억 원, 영업손실은 354억 원이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할 것에 대히배 이날 이사회를 열고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커머스 업계도 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11번가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줄어든 1293억 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무려 228% 줄면서 4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인터파크 역시 13억6000만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역성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와 손 세정제 등 위생필품 구매 수요가 늘었지만, 정작 국내 여행 및 숙박 상품은 물론 뮤지컬과 연극, 콘서트 등 문화 공연 등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올해 2분기 기업들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낸 주요 상장사 138곳의 2분기 영업이익은 모두 19조9719억 원이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 27조2502억 원, 1개월 전 전망치 24조6925억 원 대비 각각 26.71%, 19.12% 줄어든 수치다.
특히, 이번 사태로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던 미중 무역분쟁의 불씨가 살아날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이슈는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없었던 지난 2년간 경제지표를 뒤흔들었다"라며 "전 세계적으로 소비절벽 현상이 확산하고, 국내 기업들의 핵심 거점이 잇달아 셧다운에 돌입하는 등 그 여파가 2분기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재점화할 경우 그 영향이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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