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 컨티넨탈 GT'를 발로 '쾅쾅'…수리비 수천만 원 나오는 이유

20대 남성이 지난 19일 수원시 인계동에서 벤틀리 차량을 걷어차고 차량 소유주에게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페이스북 캡처

"판금·도장만 2000만 원, 교체하면 더 비싸"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만취한 남성 A(25) 씨가 수억 원대 고급 수입차를 발로 걷어찬 영상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A 씨는 술에 취해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지만, 수리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입차 정비업계는 A 씨가 받아 볼 수리 견적서가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 19일 수원시 인계동에서 벤틀리 차량을 걷어차고 차량 소유주 B(23) 씨를 폭행한 혐의로 A 씨를 20일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주인 B 씨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조수석 문짝과 펜더(자동차 바퀴를 덮는 부분)가 찌그러졌고, 유리창에도 금이 갔다"며 파손 상태를 설명했다.

A 씨가 파손한 차량은 2014년식 벤틀리 컨티넨탈 GT로 당시 국내 판매 가격은 2억2700만 원에서 2억7900만 원이다. 벤틀리는 수작업 생산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공정기간도 수개월 정도 걸린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 희소성을 갖춘 브랜드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벤틀리 차량은 모두 129대에 불과하다.

벤틀리 컨티넨탈 GT가 고가인 데다가 많이 팔리지 않은 수입차라는 점에서 수리비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높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V8은 지난해 영국에서 최고의 영국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벤틀리모터스 코리아 제공

벤틀리모터스코리아 관계자는 <더팩트>에 "차량의 파손 범위와 작업 난이도에 따라 공임(수리 비용)이 차이가 난다"라며 "엔지니어가 직접 보고 진단해야 정확한 수리비를 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수입차 정비업계 관계자는 수천만 원의 수리비를 예상했다. 그는 "해당 차량의 문짝과 펜터를 판금·도장할 경우 대략 2000만 원이 넘는 수리비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차주가 교환을 원할 경우 수리비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차주가 수리 기간 동안 동급의 차량을 빌릴 경우 이 비용까지 A 씨가 부담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의 하루 렌트비는 200만 원 선으로, 한 달가량 빌릴 경우 렌트비로만 6000만 원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수입차의 수리비는 비슷한 가격대의 국산차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수리비가 높은 이유는 부품이 국산차 부품보다 훨씬 비싼 데다 공임과 도장비도 더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수입차 부품 유통구조가 가격을 높인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편, A 씨는 차량 수리비 외에도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A 씨는 폭행 및 재물 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관련법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 문서나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을 통해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A 씨는 경찰에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술에 의해 심신장애 상태인 것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음주 상태가 감경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주폭(酒暴,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의 피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으면서 오히려 처벌이 무거워졌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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